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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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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石榴) 석류(石榴) 바보가 아니라면 터질 것 같은 육감 어찌 탐나지 않겠습니까 달 없는 밤 귀뚜리 울음 따라 온 새벽 닫힌 입술 스스로 여는 여인의 향낭(香囊) 야윈 가슴 파고드는데 어찌 숨 가쁘지 않겠습니까 기러기 날갯짓 들리는 밤 가난한 가슴 본능과 욕구 감추며 행여 시큼한 미소로 제..
가을앓이 가을앓이 먼 곳 당신 잘 계시다는 소식 들으면 가난한 가슴 밤새 다져 찬서리 내려도 향기 진한 국화로 피고 행여 당신 아프다는 소식 들으면 밤새 나도 앓아 새벽 찬 기운에 맥없이 지는 나뭇잎 됩니다 당신 이 가을 건강하세요
9월 어느 날 9월 어느 날 한낮 뜨겁고 조석 간 서늘하니 먼 곳 사람 감기 조심하소 내 귀에 들리고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 내 코 내 입이 하는 모든 것 내 손, 내 발이 향하는 모든 것 내가 하는 줄 알았는데 주인이 따로 있었다오 그 주인 만나려 천 리를 걷고 돌다 다시 돌아왔소 한낮 열기 밤 지나니 살아있는 모든 것 색깔 달라지고 모양도 달라지오 먼 곳 사람 아프지 마소 그대 아프면 가을은 더 아프니
해바라기 해바라기 살면서 누군들 가슴 설레인 꿈 없고 한사람 애타게 바라보며 눈물 흘린 적 없을까만 노을 아래 해바라기 보면 끝없는 평원 덜컹이며 달리는 기차에 갸녀린 몸 기댄 체 알량한 사랑 찾아가던 영화 '해바라기'의 우수에 가득찬 큰 눈망울을 가진 소피아로렌 잊지 못하지 진한 저녁노을 아래 홀로 서성이다 해 진 후 터벅터벅 주인없는 어둔 방 귀뚜리 울음 찾는 더듬이 독주 마셔 본 자는 알지 밤새 까맣게 영그는 해바라기 속을
가을 가을 어쩔꺼나 마음이 먼저 가을을 알아버렸나 보다 귀뚜리 울음에 서늘한 기운 감도는 인적없는 오솔길 산 아래 도시는 장막을 치고 그림자 따라 밀려오는 그리움 내 안은 남은 붉은 노을이 헐떡거린다 늘 그만치 간격으로 선 사람 선선해지니 보고 싶다 가을 이미 어둑해진 저 모퉁이 ..
지렁이의 꿈 지렁이의 꿈 마음 울적할 적엔 언덕 올라 사막 건너 이 세상과 다른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사랑과 웃음이 넘치는 세상이었다 중복 지나 장맛비 내리던 날 시기와 탐욕에 절은 냄새나는 곳과 작별하고 두려웠지만 아득히 보이던 새로운 세상을 향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길 떠난 지렁이 이상의 추구에 목말라 꿈틀꿈틀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그곳을 향해 기었다 염천 뙤약볕은 그늘에서 피하고 바람부는 저녁 별들과 얘기하며 쉬어도 삭신은 나날이 야위어 갔다 가까이 보였던 그 세상은 사하라보다 험하고 멀었다 희망도 사랑도 미움도 고독도 살아있는 순간 유혹이며 나락(奈落)이었다는 것을 안다 조금만 더 힘 내면 그리던 곳 닿을 것 같아 하나님께 두 손 모아 무릎 끓고 부처님께 허리 뻐근하도록 절하며 알라에게 머리 박고 죽음이..
개망초꽃 개망초꽃 장맛비 홀딱 맞으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개망초꽃 볼 때 태풍 불어 속절없이 허우적거린 개망초꽃 볼 때 가난했으나 거룩했던 어린 날 도시락 속 뜬금없이 개망초꽃 활짝 웃고 있을 때 철없던 날 무너진 약속처럼 향기롭거나 아름답지 않지만, 두고두고 그리운 꽃 여기저기 피어 귀함 모르지만 덧없이 잊히어 가는 것들이 마음 잡는 꽃 사람 노릇 못하고, 나이 들어 맥없이 서럽고 옛일 그리울 때 개망초꽃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커피를 내리며 커피를 내리며 살면서 뚜렷이 누굴 애타게 기다려 보지 않았는데 그대 알고 기다리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어떤 약속은 없었어도 오가는 누구에게라도 웃어주며 식어버린 커피 잔 만지작거리며 맥없이 혼자 기다려보는 시간이 향그럽습니다. 창밖 잔잔한 호수 바람 내어 들꽃 피울 때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