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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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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목련 산목련 장 꿩 후드득 안개 속으로 날고 뻐꾸기 뻐꾹 뻐꾹 밤새 안부 묻는다 지난밤 하늘별 내려와 얘기꽃 피우다 여태 돌아가지 못한 삿갓 샘 외딴집 아낙 물 긷다가 간밤 여운 가시지 않았는지 방뎅이 들썩들썩 소리 없는 미소 골 골 그윽이 그 웃음 퍼져 그늘 아래 쉬던 길손 혼자 얼굴 붉힌다
사랑에 대한 소회 사랑에 대한 소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은 두려운 일입니다.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알 수 없는 5월 이팝꽃 향기처럼 누군가를 사랑할 만한 향기가 내게 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낯선 먼 강둑에 누워 하늘 별 감춘 속 들여다보다 한 선 그으며 처절히 산화하는 유성처럼 누군가를 그..
간월암에서 간월암에서 당신 기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간밤 어디서 오는 길인지 라일락 행렬에 잔 듯 만 듯 먼동 트고 병신(丙申) 4월 끝 날 뜨거운 커피 마시며 노닥거리다 첫차 놓치고 뭍이 바다 되고 바다가 뭍 되는 천수만 간월암에서 물이 드니 바람 일고 바람 부니 파도 일어 암벽에 파열되며 철퍼덕철퍼덕 집착의 살 부대끼는 고통 오고 가는 일도 자연의 섭리로 이뤄지는 것은 질서가 있어 아름답다 인연은 웃으며 만났다 울며 돌아서는 여정의 한 점 성전(聖戰)을 위한 용사의 거친 숨소리도 또한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아프지 않을 만큼만 좋아하고 울지 않을 만큼만 사랑할 수 있다면 좋을 인연 낯 선 간월암 반백 중년 소박한 4월의 기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은 뚜렷이 기억한다는 것 참는다..
4월의 기도(세월호 참사 2주기) 4월의 기도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이하며) 바람은 4월 꽃을 피우고 4월은 꽃 바람에 지더라. 오천 년 넘도록 우리 얼마나 웃어봤던가만, 사월 열엿새 그날 살아있는 모든 것은 죽어버렸다. 갈 수 없는 어딘가라도 간구하면 닿는다는데 맹골수도(孟骨水道) 30여m 물 속 그렇게 먼가. 꽃잎은 떠 내려 가 사라지니 부디 바라노니 우리 기도 꽃잎 되지 말고 그곳 닿는 묵직한 꽃송이 되어다오. 악착같이 버티어 우리 뜨거운 손 다시 잡아야 하는데, 아~ 갈구의 부족함이여! 부족한 정의여! 젖은 송이마다 웃음 거둬 그러고도 우리 살아 숨 쉬어 미안하다. 아프다 슬프다 부끄럽다. 차라리 울어 좋아진다면 나 가슴 찢어 울리라. 우리 이 땅에서 무얼 바라며 살겠는가. 겨울 너머 짠한 4월, 참혹하고 냉정한 네 모습에 진..
몹쓸 꿈 몹쓸 꿈 따슨 햇살 꽃 피우고 봄바람 새 날면 당신 웃고 나 웃으니 세상이 웃는다. 행여, 당신 웃음 잃었거든 걸어 보아라. 산길 들길 바닷길 굽이굽이 왔던 길 돌아보며 쓴웃음 짓거든 가슴 열고 응어리 날려 버려라. 아픔 없이 아무도 그곳 갈 수 없음을 안다. 그래도 안되면 우리 함께 울..
천내리(川內里)의 봄 천내리(川內里)의 봄 이맘때면 누군가 어디로 떠나는 터미널에 가는 버릇이 있다. 갈 곳 없어 오가는 발걸음만 세다가 해 질 녘 쌉쌀한 커피로 찌든 속 달래고 터벅터벅 돌아가는 길. 머언 어둠에 홀로 웃는 하늘 꽃. 휘돈 강물도 적벽에 막혀, 맥없이 떨어진 꽃잎만 강물 따라 밤새 흘러가..
등신(等神)처럼 등신(等神)처럼 오메 어쩐다냐 엊그저께까지 젖 몽오리도 안 섰드마. 시상에, 나 없는 새 무신 바람이 불었능가. 잡것, 볼 딱지는 사사 삭 홍조 띠어 곧 꽃 터질 것 같은디. 나는 왜 아무 조짐도 없다냐? 등신처럼.
사랑 사랑 이제는 사랑을 말하네 긴 세월 사랑한다며 살아왔는데 그 사랑은 누구를 사랑했던 것일까 사랑은 댓가를 바라지 않는 꽃 사랑은 차별하지 않는 빛 사랑은 희망을 품게하는 약속 댓가 없이 채워진 향낭(香囊) 비워내고 다시 만날 날 기다리며 가슴 꽁닥꽁닥 웃음 절로절로 나이 육십 중반에 부끄러이 서 이제야 사랑을 말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