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자작詩 (771) 썸네일형 리스트형 나이 들면 나이 들면 나이 들면 비록 누구라도 연못 하나 가슴에 담지 동그랗게 조그맣게 넘치지 않게 봄이면 파란 하늘 빛나는 햇살 여름이면 검은 구름 오색 무지개 겨울이면 대나무 흔들리며 내리는 눈송이 그리고 옛이야기 가을이면 길 잃은 낙엽 남으로 가는 철새가 쉬는 곳 누군가 지나다 던.. 노랑나비와 아버님 노란 나비와 아버님 87년 만에 산 일 하기 좋다는 음력 9월 윤달 비 내리면 산 일 하기 힘들다며 새벽 어머님 성화 하늘 보우하사 비 내리지 않고 하늘만 무겁게 내려앉은 날 산 일 끝내고 주변 청소하는 저물녘 뜬금없이 샛노란 나비 한 마리 훨훨 날아 무덤 주위 한 바퀴 너울너울 돌고 사라졌다 모두 놀라 샛노란 나비 날아간 곳 바라보니 웃으시며 너울너울 다시 날아 묘지 한 바퀴 돌아보고 수고했다는 듯 손 흔들며 떠나시었다 - 시작노트 - 영화 "귀향"은 일제시대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영상화한 영화이다. 2014년 11월 1일 아버님 산 일 마친 후 2년이 지난 2016년 2월 영화 "귀향"이 개봉되어 영화를 보았는데 위안부 할머니들의 영혼이 노랑 나비가 되어 훨훨 귀향 하심을 보고 문득 아버님 산 일 .. 촛대바위 추암 촛대 바위 긴 날 기다린 늦가을 추암 설렌 가슴 비탈 오르니 하늘 동해 가없는 푸르름 속 천 년 만 년 모진 풍파 견디며 한켠 우뚝 솟은 촛대바위 드나드는 걸음걸음 자유와 평화와 사랑을 위해 쓰러지지 않고 두 손 모은 거룩한 기도 죽서루에서 죽서루에서 대관령 넘으니 하루해 숨 가쁘고 죽서루 빈 뜰 낙엽만 날린다 쪼골쪼골 척박한 가슴 기댄 고목 공룡 등허리 닮은 들쑥날쑥 기암 휘감은 오십천 절벽 가 날 듯 두 발 딛고 우뚝 선 죽서루 가난한 길손 가슴엔 한사람 담고 검푸른 오십천 가슴엔 죽서루 담아 그렇게 살고 싶어 그렇게 살고 싶어 흐르는 강물에 오죽잎 띄운다 깃발 깃발 남들은 불전(佛殿)에 엎드려 절도 잘 하드마 나는 그렇지 못하고는 덧없이 나이만 들어 뻔뻔하게게 반백으로 서 그대에게 부탁하나 하겠소 어느 날 나 숨 쉬지 않거든 삭신 태워 날리운 곳에 깃발 108개 꽂아 주오 살며 살다 얽매이지 않고 살 수 없어 견혹(見惑) 사혹(思惑) 헤어나지 못했는데 주인 없는 깃발 바람에 날리다 덧없이 삭아지듯 생전 헤어나지 못한 번뇌 그렇게라면 끊어지지 않을까 나도 행여 그대 원하면 그렇게 해 드리리니 그대 나 숨 쉬지 않거든 삭신 태워 재 뿌린 남향에 깃발 108개 바람에 날리게 꽂아 주오 - 시작노트 - 단풍든 나뭇잎이 바람에 날리는 만추(晩秋)라 그런지 문득 백팔번뇌(百八煩惱)를 생각하다. 견혹 : 후천적인 문제 - 분별의 잘못으로 일어나는 번뇌 사혹 : 선천걱인 문.. 가을 푸념 가을 푸념 이 나이에 이렇게 풍요로운 가을을 볼 수 있음은 축복일거야 노랗게 물든 잎새 위 살포시 잠든 빨간 햇살 나란히 누워 꼬옥 안아주면 얼마나 따스할까. 단풍잎 후루루 바람에 날아간 가지 가녀린 손목에 바둥대며 말라가는 과실 어디서 본 듯. 내일은 어디서 방황하며 지낼까 .. 들국화 들국화 바람만 왔다 가는 저문 산사 노을강 건너는 풍경 소리와 명부전 엎드린 두 손 모은 치성 상강(霜降) 지난 계절 가슴 보타지고 골 골 갈라진 입술 위에 찬서리 내려 빈 가슴 노랗게 저며 오는 거룩한 고독 황태 황태 본디 속이 없지는 않았을 터 외모도 본디 누렇게 마르지는 않았을 터 한때는 늘씬한 몸매에 발달된 근육으로 차가운 북태평양 연안을 휘젓고 다니는 멋장이였을 너 힘들고 고달팠던 날들도 지나 돌아보면 아름다웠고 그때는 몰랐지만 누구나 한때는 잘 나갔던 적 있다지 지난밤 마신 술로 텁텁한 아침 시원하게 우려낸 국물로 아린 속 달래며 널 생각했다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여정에서 넘어지면 꾸역꾸역 일어나 다시 가다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알몸으로 북풍한설 맞으며 얼었다 녹기를 겨우내 했을 너 숨 멎으면 한줌 흙도 되지 못하더만 넌 갈기갈기 찟기워도 진하게 우려진 뽀얀 국물로 아린 속 달래주니 황태 너의 삶은 무릇 나보다 낫기에 이 글을 쓴다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9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