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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가을 푸념

 

 

 

 

 

가을 푸념

 

 

 

이 나이에

이렇게 풍요로운 가을을 볼 수 있음은

축복일거야

 

 

노랗게 물든 잎새 위 살포시 잠든

빨간

 햇살

 

나란히

누워

꼬옥 안아주면 얼마나 따스할까.

 

 

 단풍잎

후루루 바람에 날아간  

가지

 

가녀린 손목에 바둥대며

말라가는

 과실

 

어디서

본 듯.

 

 

내일은

어디서

방황하며 지낼까

 

눈뜨면 잊어버릴 치밀한 계획들

 

밤새 

돌대가리 굴리는

나처럼

 

과실도

얼마나 많은 밤

 울었을까.

 

 

이 나이에

저렇게 사위는 저녁노을 볼 수 있음도

행복일거야.

 

 

노을과 놀다

문득

어둠 느낄 때

 

 

여행길

갈등

돌아갈 곳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인지.

 

 

맞아주는 사람 없어도

소주

 한잔 

털어 넣고

 

 구름

 

하현달

 꾸역꾸역 걸어 가듯

 

 냉기 서린 시선

모른 체

 누울 수 있음이

 

 

아,

 

좋은

가을

머물러 있는 것이 축복이고 말고

 

 

 

- 시작노트 -

 

‘푸념’은 우리나라 무속(巫俗) 신앙에서 온 말로서,

무당이 굿을 할 때 신의 뜻이라 하여 그 굿을 청한 사람에게 꾸지람을 해대는 말을 가리킨다.

푸념은 보통 죽은 자의 혼령이 그의 억울한 심경이나 가슴에 맺힌 한을 늘어놓고 그것을 풀어달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무속에서 쓰던 특수용어가

일상생활에서 쓰이기 시작하면서 마음속에 품은 불평이나 생각을 길게 늘어놓는 것을 가리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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