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
본디
속이 없지는 않았을 터
외모도
본디 누렇게 마르지는 않았을 터
한때는
늘씬한 몸매에 발달된 근육으로 차가운 북태평양 연안을 휘젓고 다니는
멋장이였을
너
힘들고
고달팠던 날들도 지나 돌아보면
아름다웠고
그때는 몰랐지만
누구나
한때는 잘 나갔던 적 있다지
지난밤
마신 술로 텁텁한 아침
시원하게 우려낸 국물로 아린 속 달래며 널 생각했다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여정에서
넘어지면
꾸역꾸역 일어나
다시
가다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알몸으로
북풍한설 맞으며 얼었다 녹기를 겨우내 했을
너
숨
멎으면
한줌 흙도 되지 못하더만
넌
갈기갈기 찟기워도
진하게 우려진 뽀얀 국물로
아린 속 달래주니
황태
너의 삶은 무릇 나보다 낫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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