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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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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인연 마음은 해와 달과 별이 빛나는 하늘에 두고 마음을 바람과 날갯짓하는 새들이 오가는 공간에 두고 마음은 풀과 나무가 자라 꽃이 피고 열매 맺는 대지에 두고 그래도 내 마음 머물어 쉬고 싶은 곳은 새벽 찰랑찰랑 넘치는 맑은 샘가 때론 천둥 번개에 놀라고 때론 비 바람에 젖어 흔들릴지라도 인연은 무심히 오는 것 아닌 밤사이 풀잎 위에 내린 이슬 인연은 이슬 같은 것을 나이 들어 이제 아네
강물 강물 생성(生成)도 소멸(消滅)도 알 수 없지만 담담히 흐르는 강 내 안에 있었다. 긴 날 기다림에 지친 강뚝 낮 밤 이유 없이 바뀌고 옹색한 갈색 몰골 바람에 날리우면 촉촉한 기다림 걸음 바빴다. 빛바랜 입술 켜켜이 쌓인 그리움 차마 스스로 차가워진 가슴도 나린 봄비 젖어 내 안에 멈..
아버지 아버지 정월 대보름 동네 굿 놀이하실 때 굿판 맨 앞 꽹매기 드시고 고개와 어깰 파열음에 맞추시며 힘차게 내딛으시던 발길 그 발길처럼 성질 고약하지만 고하 아는 꼬시락쟁이 호랭이 그래도 너른 가슴 숨긴 따슨 정 작고하신 연세보다 더 들은 반백 아들 아직도 그런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 꼬시락쟁이 - 빠글빠글 곱슬머리
어머니 어머니 달팽이 걸음처럼 아침부터 걸어온 해 서산 등허리 쉴 때 뉘 볼세라 감춘 눈물 눈가 잔주름 돌고 돌아도 마르지 않고 긴 한숨 마른 입가 굳어버린 물결로 남았다. 백다섯 살 되시려면 10년도 넘어 남았는데, 아직도 귀향하지 못하는 허연 머리 아들 기다리느라 밤새 눈 내리는 소리 ..
갈등(葛藤) 갈등(葛藤) 빈속 소주 한잔 담으면 절집 풍경 아래 머물다 해지면 빈방 문고리 흔들다 사라지는 바람처럼 생각 나는 사람 섣달 얼어버린 하늘 밤새 무심히 반짝이는 별처럼 가슴 시리게 설레이는 사람 서운하지 않을 만큼 나이 들어 아프지 않을 만큼만 바라는 카타르시스 문득 아주 오래 삭힌 식혜처럼 보고 싶을 때 보일 듯 말 듯 가슴에 맴돌다 사라지는 때론 섣달 저문 달
동백꽃 동백꽃 홀로 붉으면 무엇하리 아프게 피었다 멍들어 서럽게 홀로 지던걸 막걸리 한 잔 굴뚝 같아 방문 나서는데 저만치 어둠 속 담 아래 숨은 그림자 서툰 숨소리 가쁘다
산다는 일 28826 산다는 일 누구는 척박한 곳에 나고 누구는 비옥한 곳에 뿌리내렸다 보시게 너무 부러워 마시게 그냥 가는 것 아닌 가진 만큼 가슴에는 그만한 멍에 가지고 간다네 산다는 것이 다 이러하다네
무풍한송길(舞風寒松路) 에서 무풍한송길(舞風寒松路)에서 통도사 무풍한송길 장송들은 바람도 없는데 저절로 춤을 춘다 홀연히 안개 드리우고 저벅 저벅 비 내리면 밤 새우며 불공 드리던 통도사 노승(老僧) 못 이룬 꿈 무풍한송길(舞風寒松路) 노송(老松)들이 구불구불 용트름하며 대신 하늘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