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자작詩 (771) 썸네일형 리스트형 눈 내린 날 28825 눈 내린 날 까맣게 잊고 있었던 단발머리 하얀 덧니 소녀가 웃으며 온다 나목처럼 솟은 도심 회색 마천루 지우듯 눈 내리는데 내 안 심연 어디 숨었다가 불쑥 나타나 차마 이름 부르지 못하고 멍멍히 선 그림자 들리는 듯 마는 듯 버스 기다리던 중년 여인의 젖은 목소리 언뜻 스치는 미소 새색시 시댁 첫나들이처럼 내리는 눈 속에 묻히고 시댁 갈 때마다 날 기억하겠다던 잊어버린 그 말 서럽게 차가워진 내 손 잡고 달려 그날 함께 걸었던 송림 속에서 퍼렇게 멍든 기억 잊고 달궈진 중년 여인 격정의 키스에 정신 잃었다 내 곁을 행여 누군가 지났다면 미쳤다 할 것이고 솔 쌓인 눈 덮혀 지금쯤 나도 눈 나리는 날이면 누군가에게 잊히울 낙엽(落葉) 낙엽(落葉) 아직 얼지 못한 저수지 물결이 갈 곳 잃어 아무나 왔다 가는 가슴에 밀고 들어와 감춘 상처 덧나게 한다. 모른다. 하늘 쪼개진 틈으로 오는 햇살은 삶이 선택의 후회로 얼마나 고뇌하며 울어야 하는 지를. 화려한 빛 사라지고 가슴 부대끼던 따스함 잃으면 산다는 일은 혈의 순.. 11월에 내리는 비 11월에 내리는 비 이 늦은 날 누군가 진한 사랑을 하는가 보다 골고다 언덕 붉게 물들고 노란 영혼 하늘 향해 고뇌 기도 올릴 때 아, 순종의 카타르시스 선택된 자들이 무릎 꿇고 엎드려 참회하던 날 은혜의 비 대지에 내렸다 이 늦은 날 누군간 이별 하는가 보다 가난한 가슴 뜨거운 이유 가을 기슭에 숨어 울던 머언 기억 속 빨강 노랑 이제는 더 아프지도 않아야 할 무디어진 가슴앓이 노랑 빨강 만추(晩秋) 만추(晩秋) 당신 사랑하는 것 혼자만 가슴에 담아 두려 했는데 이젠 더 감출 수 없습니다. 차라리 당신을 사랑한다는 소문이라도 났다면 바람은 무심히 지나쳤을 터인데. 사랑에 나는 정신 혼미해져 맥없이 가을을 흉내 내는데 그런 나를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보시나요. 억새 억새 조석 간 국화향 더욱 좋다. 세월은 저대로 가고 하늘 땅 오가는 것도 제 갈 길 간다. 가냘픈 허리 살랑이며 가난한 가슴 울렁이게 하던 여인은 떠났고 저만치 가버린 여인의 뒤태 바라보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아메리카노 커피잔 든 은빛 노신사 바람에 홀로 외롭다. 산다는 일이 맨.. 10월의 붉은 비 : 춘천 가는 길 28822 춘천행 기차에 내리는 10월의 비 구불구불 북한강따라 노랑 기찻길 형체도 없던 것이 어울러 떠돌고 떠돌다 낯선 곳 주저 없이 몸 던져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10월 붉은 비 되어 내린다 속절없이 지며 앙다문 어금니 사이로 들리는 신음 어느 것인들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만, 존재하다는 것은 찰나 어떤 삶은 가난한 가슴 부대끼다 흔적 없이 이울고 어떤 삶은 동그랗게 동그랗게 여울지며 사윈다 인연은 그렇게 만나고 떠나는 것이라 보듬어 오던 손길 말없이 거둔다 해도 남겨진 아픔에 절대 울진 않으리 구불구불 북한강따라 모처럼 혼자 단풍 보러 가는 날 복종하는 순간 흘린 환희의 눈물처럼 춘천행 기차에 10월의 붉은 비 내린다 10월의 밤 10월의 밤 해 지면 너 가고 나 간다. 너 없는 10월의 밤 아무도 찾지 않는 빛바랜 책방 흔들리다 사위어가는 등잔 불 너 없는 10월의 밤 어디서 하룻밤 지낼까 겁먹은 길손 빈 어둠 어슬렁거리며 사라지는 눈동자 철커덩 철커덩 낯선 기차역 밤새 기다리다 떠나는 이파리 울음 걷어내면 다시.. 10월 10월 흔들리는 나뭇잎 보며 잠깐 멈출 수 있고 멈춤 사이로 당신을 봅니다 당신과 교감하는 모든 것은 향기롭고 어느 것 하나 헛된 것 없습니다 10월,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저 입 다물겠지만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은 저녁 붉은 노을이며 흔적은 하늘 반짝이는 별들이라 때론 그리워하며 사는 일도 나쁘지 않습니다 기러기 울며 남으로 날고 기운은 차 더욱 스산한 밤 봄 여름 죽어도 죽지 않은 당신과 나의 흔적들이 점(點) 되고 점 모여 선(線) 되어 가난한 나의 본능과 욕망을 구속합니다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9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