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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날
까맣게 잊고 있었던
단발머리
하얀 덧니 소녀가 웃으며 온다
나목처럼 솟은 도심 회색 마천루 지우듯
눈 내리는데
내 안
심연
어디 숨었다가 불쑥 나타나
차마
이름 부르지 못하고 멍멍히 선
그림자
들리는 듯 마는 듯
버스 기다리던 중년 여인의
젖은
목소리
언뜻
스치는
미소
새색시 시댁 첫나들이처럼
내리는
눈 속에 묻히고
시댁 갈 때마다
날
기억하겠다던
잊어버린
그
말
서럽게 차가워진 내 손
잡고
달려
그날
함께 걸었던 송림 속에서
퍼렇게 멍든
기억
잊고
달궈진
중년 여인 격정의 키스에
정신 잃었다
내 곁을
행여
누군가 지났다면 미쳤다 할 것이고
솔
쌓인 눈
덮혀
지금쯤
나도
눈 나리는 날이면 누군가에게 잊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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