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월암에서
당신
기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간밤
어디서 오는 길인지 라일락 행렬에
잔 듯
만 듯
먼동
트고
병신(丙申) 4월 끝 날
뜨거운 커피 마시며 노닥거리다
첫차
놓치고
뭍이 바다 되고 바다가 뭍 되는
천수만
간월암에서
물이 드니
바람 일고
바람 부니
파도 일어
암벽에 파열되며
철퍼덕철퍼덕 집착의 살 부대끼는
고통
오고
가는 일도
자연의 섭리로 이뤄지는 것은 질서가 있어 아름답다
인연은
웃으며 만났다 울며 돌아서는 여정의
한 점
성전(聖戰)을 위한 용사의 거친 숨소리도
또한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아프지 않을 만큼만 좋아하고
울지 않을 만큼만 사랑할 수 있다면 좋을
인연
낯 선 간월암
반백 중년 소박한 4월의
기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은
뚜렷이 기억한다는 것
참는다는 것은
결국
보고 싶어 못 견디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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