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의 꿈
마음 울적할 적엔
언덕
올라
사막
건너
이 세상과 다른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사랑과 웃음이 넘치는
세상이었다
중복
지나
장맛비 내리던 날
시기와 탐욕에
절은
냄새나는 곳과 작별하고
두려웠지만
아득히 보이던 새로운 세상을 향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길
떠난 지렁이
이상의 추구에 목말라
꿈틀꿈틀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그곳을 향해 기었다
염천
뙤약볕은
그늘에서 피하고
바람부는
저녁
별들과 얘기하며 쉬어도
삭신은
나날이
야위어 갔다
가까이 보였던
그 세상은
사하라보다 험하고 멀었다
희망도
사랑도
미움도
고독도
살아있는
순간
유혹이며 나락(奈落)이었다는 것을 안다
조금만 더 힘 내면
그리던 곳
닿을 것 같아
하나님께 두 손 모아 무릎 끓고
부처님께 허리 뻐근하도록 절하며
알라에게
머리 박고 죽음이 득실거리는 사막 무사히 건너게
간구하였다
장마 그쳐
삭신 찌뿌둥한
날
보도
위
지렁이 한 마리 S자로 누워있는데
날파리
부지런히
염殮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