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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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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는 것 혼자라는 것 올여름처럼 힘들었던 여름은 기억에 없다 몹쓸 코로나 19 긴 장마 사흘 걸러 몰아친 태풍이 오살 나게 찌던 밤을 새끼줄로 묶어 몰고 가버린 날 무슨 미련이 남았다고 콧등이 아렸다 새벽 창문 열고 안부 전하려 고갤 내미니 한 줌 바람이 지나다 말고 방에 들어오겠다며 가슴을 민다 넓은 세상 좋은 곳 두고 무슨 인연으로 냄새나는 방에 뭐 하러 들어오려는가 했는데 우체부가 꽂아주는 편지처럼 바람도 갈 곳 정하여 오는 것이다 혼자 있어도 저절로 배 커지는 상현달처럼 외로움 그리움 누군가와 말하는 줄 알고 헛소리하는 반백 중년 뭐 좋다고 출발지도 모르는 바람이 제 방인 듯 거침없이 내 방에 든다 고독 한 줌 매달아 놓은 천정을 돌아 구석구석 살피는 바람이 아내보다 자식보다 낫고 그래 그래 나보다 훨씬 ..
너를 만나러 가는 길 너를 만나러 가는 길 지난 여름 장마에 힘들었나 보다 아직 낮달 저만치 서성이는데 흰 구름 저희끼리 노는 검푸른 하늘도 지난 장마에 힘들었 듯 나도 저 산 저 내 저만치 두고 외로워 그리워 아직 남은 가슴앓이로 혼자 서러웠다 조석 간 찬 기운 일어 반백 삭신 초라히 떨던 날 뭬 보고싶다고 날 찾아 아린 기억 속울음 참으며 널 만나러 가는 길 저녁 놀 네 환영처럼 참 곱기도 했다
이별 이별 저 산 가슴에 수줍게 떨어지는 선녀의 눈물 방울방울 개울 이루어 강 만나 흐르는 일은 아름다움이다 어느 선각자는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것이 비움이라 했듯 거대한 산도 온 인연 무심히 버리는데 허구한 날 남몰래 가슴앓이하는 얼기설기 얽힌 인연 이젠 하나둘 잘라도 무디어지련만 저 산도 가슴에 안은 인연 버리며 내 가슴처럼 운다
장맛비 장맛비 남부 지방 장마 끝나니 아내는 만리포로 3박 4일 여행 떠났고 비 내려 갈 곳 없는 나는 세탁기 돌리며 보현스님이 부르는 목포의 눈물 듣는데 멀리서 천둥과 번개 일며 빈 창틈으로 장대비가 동무하자며 호들갑을 떤다 사는 것이 이보다 더 지긋지긋하다는 것 알면서도 콧등이 아린다 만리포도 내일까지 비 내린다는데 비 그치고 햇빛 나 참 좋다며 기다리지 않은 문자를 보낸다 그쳤던 장맛비 다시 내려 세탁물 널다 창문 닫으려니 못된 바람이 창문 틈에 끼어 말썽을 부린다 마음 아프면 하늘도 눈물 나는가 사는 것이 이보다 더 험하다는 것 알면서도 눈물 나고 콧물 난다
개망초 = 계란꽃 개망초 = 계란꽃 내 어릴 적 삼복 밭일 가신 어머님 새참 때 되면 드실 것 없어 삿갓 샘 물 한 바가지 허기 때우실 때 개망초꽃 무심히 바람에 흔들리고 앞산 장 꿩은 왜 그리 울던지 내 어릴 적 염천 논 일 가신 아버님 새참 때 되어도 막걸리 한 잔 못 드셔 개울물 마시며 허리 펴실 때 개망초꽃 피어 더욱 서럽고 먼 산 뻐꾸기는 왜 그리 울던지 - 시작 노트 - 한여름 개망초꽃 계란프라이와 똑같아 어렸을 적 부모님 들일 밭일 나가셔도 새참거리 없어 샘물로 배 채우시던 모습 떠올라 눈물이 난다
소나무 소나무 내려다보면 까마득한 바위 절벽 척박한 틈새 솔 하나 보란 듯 가슴 내밀고 기개 부리네 그 기개 지탱한 줄기 따라 뿌리 보니 행여 누가 볼세라 갈팡질팡 바위틈 비집고 잔뿌리 흙에 닿아 목을 축이고 있네
봄 가는 날 봄 가는 날 눈발 흩날린 수락산 바위틈 오가는 발길 시선 두지 않고 초연히 다만 빈약한 가슴 부여잡고 바람에 옷고름 풀지 않으려고 비스듬히 누워 발버둥 치는 봄 가는 날 돌아오던 전철 안에서 누구도 없는 집 들어설 때도 너만 보이고 그래 너만 보이는데 오늘 밤 유난히 별도 없어 온..
제비꽃 제비꽃 스치는 바람에도 흔들리는 성근 가슴 나더러 어쩌라고 돌 틈 사이 살랑살랑 손짓하는 보랏빛 꽃 돌 틈 숨어 올망졸망 보랏빛 눈물 내린 꽃 꽃을 피우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며 몹시 아픈 일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