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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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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여름에 지금 저만치 등 돌려 가는 너를 붙잡는다고 나를 보겠냐만 열대야 사라진 후 그동안 시달렸던 많은 날의 잡념과 후회 속에서도 온몸 붉게 물든 백일홍 오롯이 꽃으로 피어 웃고 있음을 본다 몰라 나의 서투른 관계를 이해 바란다고 발길 돌리겠냐만 지난 밤새 여기저기 물고 뜯기..
닭대가리 인생 닭대가리 인생 비 오면 비 맞고 눈 내리면 눈 맞고 한 잔 술에 취하고 두 잔 술에 정신 잃고 흥 일면 노래하고춤추고 무더우면 옷 벗고 추우면 옷 껴입고 바람 불면 누었다가 바람 가면 일어나고 촛불 같은 삶 닭 대가리 인생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날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날 여보 일류와 이류의 차이를 아시지요 자기가 한 일은 마무리까지 잘하여 다른 사람의 수고로움이 없게 하는 것이 일류이고 이류는 자기가 한 일을 마무리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마무리하게 하는 것이라는 것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은 내 눈이다 ..
세탁하던 날 세탁하던 날 내일 비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고구마 순 심자고 지난밤 작은딸과 사위가 아낼 데리고 가 일요일 아침 세탁물이 많아 두 번이나 세탁기를 돌렸다 세제 넣고 처음 돌릴 때 탈수하지 말고 한 번 더 돌리면 세탁이 깨끗하게 잘 되는 나만의 비밀 베란다 창문 열고 잔뜩 흐린 공중에 세탁물 털어 널면 가을 하늘 동해 푸른 물결 눈 내린 들녘 보는 듯 기분 좋다 새싹은 동토에서 살아 대지 뚫은 순간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야 하는 거룩한 산고라면 꽃망울 툭 터지는 것은 찬란한 만남을 위한 목숨 건 순간이다 살면서 수시로 애태우며 정결하고 향기로 와 지고 싶음을 갈구하면 성자는 거듭나라고 말한다 더러운 옷 양잿물 넣고 푹푹 삶아 너 죽고 나 살자며 방망이 두드려 빨고 말린 빨래처럼 그렇게라도 나를 다듬어 바람에 ..
바보의 기다림 바보의 기다림 오시는 길 행여 헷갈릴까 해 질 녘 오시던 그 길 바라봅니다 그 길 다름없이 한적하나 당신 모습 뵈지 않고 노닥노닥 어둠 만 깊어갑니다
원창역 수선화 원창역 수선화 무궁화 열차도 서지 않는 경전선 원창역 녹슨 철로 가 수선화 한송이 홀로 피었습니다 해 질 녘 아무 손길 그리운 길 떠난 여행자의 두 눈처럼 젖다가 시커먼 도깨비 바람처럼 지나면 꺼덕꺼덕 굿거리장단 맞춰 춤을 춥니다 목이 잠긴 무궁화 열차가 지나는 경전선 원창역 녹슨 철로 옆 요양병원 자식들 오나 잠 못 이루시는 90세 장모님 어둠 속 울대 누르시다 덜커덩 덜커덩 무궁화 열차 지나는 소리에 소리없이 가슴으로 눈물 흘리면 원창역 녹슨 철로 가 수선화는 그 울음 듣습니다
춘심(春心) 춘심(春心) 몸살 앓으려나 잠들지 못한 밤 들리는 것은 돌담 너머 장독대 꽃망울 터지는 소리 어디 아프냐고 물어 늦은 나이 극심한 몸살 중이라고 - 시작 노트 - 늦은 나이에 아내와 아들 문제로 언쟁이 일어 2019년 3월 27일부터 냉전 중이다. 밤마다 벚꽃 망울 터지는 것이 한강에서 벌어지는 불꽃 축제와 같은 봄날 숨이 팍팍 막힌다. 염병할 아내 이름 춘심(春心)이네
어머님 94세 생신 어머님 94세 생신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문득 하늘 낮달 봅니다 어머님 94세 생신 이제 닷새 남았는데 달은 아직 반달입니다 저 달 배불러야 보름이고 열이레 삼월 달은 조금 사위어 질 터인데 낮달 보니 어머님 생신 더디 올까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