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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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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봄날 2020 봄날 세상은 코로나 19 창궐하여 오가도 못한데 산천은 그득히 꽃 피고 새 우니 강물도 막힘없네 동구 밖 울타리 오른 노란 개나리 누굴 배웅하고 언덕 바위틈 연분홍 진달래 누굴 기다리나 듣도 보도 못한 코로나 창궐하여 오가는 인적 드문데 지난밤 떠난 사람 어디쯤 갔을까 떠날 땐 누구나 꽃다우면 좋겠는데
어머님과 춘란(春蘭) - 꽃말 : 소박한 마음 - 어머님과 춘란(春蘭) 이십 년 전 고향 어머님이 보내오신 춘란 해마다 꽃 피워 우리 가족에게 웃음과 추억을 안겨주었는데 올 정월도 어김없이 꽃을 피웠습니다 어렸을 적 설날 아침 동생들과 아버님 따라 선산 가면 삭풍에 솔잎 비명 골 골 타고 산몰랑으로 내달릴 때 하얀 눈밭 솔 아래 고고히 나래 편 한움쿰 초록빛 아득한 천 리 얄궂은 타향에서도 한마디 불평 없이 해마다 꽃 피우는데 백발 돋보기 쓴 아들 올해는 그 고운 꽃 혼자 보며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를 그립니다 - 시작 노트 - 우리 나이로 95세 1926년 음력 3월 17일생 어머님께서 2020년 2월 21일(음 정월 스무여드렛날) 18시 02분 작고(作故)하셨습니다. 흙에서 오셨다며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신 어머님 부디..
넋두리 넋두리 누군가 내게 인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밀물과 썰물이라고 한다 드러난 내 모진 상처들을 무심히 밀려오는 밀물에 아무 일 없는 양 철렁철렁 깊은 물속으로 숨겨 버린다 어제 서으로 사라진 태양이 잠 깨지 않은 검은 산 등허리 오르는 아침 농부는 쟁기 지고 한 손엔 고삐 들고 ..
2월은 2월은 산다는 일은 오고 가는 것이다 한동안 연락 없던 50대 사촌 남동생과 60대 사촌 여동생 그리고 매제와 어울려 탁구를 하고 산초가루 넣은 알싸한 추어튀김과 추어탕은 안주 삼아 소주 비우며 나눈 이야기들은 모두 지난 이야기였으나 우리는 행복했다 오고 감이 끊긴 것은 사는 일이..
11월을 보내며 11월을 보내며 무엇을 보낸다는 일은 처절한 그들의 역사이다 그것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 가벼운 걸음일 수 있고 혹은 자신을 철저히 태워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이별도 있다 11월이 간다 서글피 아름답던 가을 장미마저 맥없이 고갤 늘어트리고 남은 가시는 닥쳐올 삭풍에 죽음을 다..
가을 가을 석류 터지듯 노을이 감춘 그리움 부른다 무디어 이젠 지나치나 했는데 코스모스 흔들리는 가녀린 허리 목마름 감출 수 없어 산 모퉁이 삿갓 샘물 한 바가지 퍼마시고 노을 길 걸으며 저물어 머물 곳 찾지 못해 서성대는 가을을 빈 호주머니 넘치게 주워 담으니 모른 체 지나도 될 바람이 아는 체 한다
달동네 추억 달동네 추억 영천 시장 지나 고불고불 긴 골목 오르막 끝 창 열면 뻘건 벽돌집 외마디 비명 들리고 밤새 호랑이 등에 올라 천지를 쏘다니다 오백 년 성벽에 갇힌 건너편 인왕산 높았다 자고로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쩌렁쩌렁한 말씀 귀청을 뚫고 뇌에 박힌 체 연탄가스 배인 숨가뿐 길 올라 불 꺼진 방문 열면 우르르 몰려나오는 부모 형제 친구들 아둥 바둥 살다 보니 오래 오래 잊었는데 어느새 돋보기 낀 반백 고불고불 오르막 오르며 허우적거린다
빈 자리 빈 자리 외출했다 돌아와 주인 없는 자리 우두커니 바라보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어렸을 적 혼자 상경해 아무도 날 기다려주지 않았던 그 방처럼 당신의 빈 자리 바라보며 아무도 알아듣지 못할 말 하다가 나도 모른 새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