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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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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는 생각 부질없는 생각 (나이 드니) 때론 잠들기 싫을 때도 있지 그리운 사람 더 그리워하지 못할까 때론 어둠이 오는 것이 싫을 때도 있지 사랑한 사람 더 사랑하지 못할까 이제 나이 들어 해 뜨고 해지는 것이 두려운 것은 보고 싶은 사람 더 보지 못할까 -----
변심(變心) 변심(變心) 오뉴월엔 몰랐지 들꽃 피우는 소리에 칠팔월도 몰랐지 열대야에 지쳐 풀벌레 소리 듣고 울며 나는 기러기 보느라 구시월도 몰랐는데 오금재 넘는 찬바람에 대나무 언 종아리 찢어지고 사륵사륵 눈 내리던 밤 그 사람 변했다는 걸 알아 마을 어귀 목장승 엉엉 울더만 철없이 엉엉 울더만
들풀 들풀 이름 없이 사는 것은 아픔이라지만 아픔 딛고 사는 것은 행복이어라 어디서 오는 한 줌 따스한 손길에 고독을 뚫고 고개 내밀어 각팍한 세상 웃고 울고 흔들리고 밟히다 울음은 이슬 되고 웃음은 향기가 된 너는 오늘도 은혜로운 초록 바람이 머물러 거룩하다
순애(純愛) 순애(純愛) 당신 체온 식을까 창문도 이불도 그대로 두었습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 당신임을 알기에 붙잡았던 두 손 가슴 안고 당신의 향기 달아날까 창문도 꽁꽁 잠궜습니다 그리고 남은 날을 위하여 노트 한편에 써 놓았습니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행여 나 없을 때 당신 오실까 봐
첫눈 내린 날 첫눈 내린 날 지난밤 어디서 누군가 오살 나게 몸살을 앓았나 보다 나처럼 새벽 창밖 하늘하늘 눈꽃송이 날려 첫눈 내린다고 돋보기 쓰고 문자 보내려니 아, 보낼 곳이 없네
기차역에서 기차역에서 뜬금없이 오밤중 기차역에서 누구를 기다린다는 것 떠난 자는 저리고 남는 자는 아린다 파열되는 도심 불빛 벗어나면 차창에 부딪히는 어둠 현란한 도심 외진 골목 빈 술잔 세상이 내일이면 엎어질 듯 지껄이는 아우성 속에서 어디쯤 가고 있을 사람 잊혀가는 것 우리는 매일 만나고 이별하며 사는데 살면서 정작 진실했던 만남과 이별은 몇 번일까 그렇다 누구를 보낸다는 것은 슬픈 행복이고 누구를 기다린다는 것은 벅찬 행복이다 "바람도 쐴 겸 마중 나오란다" 일요일 KTX 좌석 없어 ITX 새마을 타고 온다며
만추(晩秋) 만추(晩秋) 이젠 외로움이 나 인 것을 알고 밤새 배회하는 고독과 외로움을 안고 잠들 줄 알아야 한다 가을이 깊어가는 것은 스스로 자신을 알아 찬서리 견디다 곧 산화할 버거운 삶을 알아차림이듯 무릇 나이 듦은 훈장이 아닌 버릴 줄 아는 지혜와 빛의 사윔을 깨달음이다 모질게 살아온 날들에 대한 은혜로움에 감사하며 사랑도 이별도 이젠 고독과 외로움은 남의 일이 아닌 것을 알고 밤새 배회하는 그들을 안고 잠들 줄 아는 나잇값을 해야 한다
10월의 마지막 밤 10월의 마지막 밤 어둡다 불 켜려는데 나도 모른 새 "외롭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밤기운 서늘하니 그러는 줄 알고 창문들 단속하고 거실 전기장판 온도를 올린 후 자리 깔고 이불 덮었다 따뜻했지만 따뜻하지 않다 옆에 누군가 있을 때 왜 배려하지 못했을까 그동안 억지로라도 살아왔는데 뜬금없는 "외롭다"라는 말이 튀어나와 입도 놀라고 나도 깜짝 놀랐다 아직도 "외롭다"는 말할 수 있음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