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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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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정서진 비 내리는 정서진 정동진 파도 따라 철썩철썩 하늘 올라 사운대는 바람 따라 대관령 넘더만 마리 산허리 기대어 남긴 노을 한 자락 갯벌 칠면초 가닥가닥 엮어 빚은 핏빛 그리움 이름 없는 섬 하나 가슴 안고 이제는 잊어도 될 인연 밤마다 기다려야 하는 그윽한 설움 영종대교 건너는 불빛 따라 사그작 사그작 밤새 정서진 그리움의 비는 내리고
만휴정에서 만휴정(晩休亭)에서 겨울이 아니라면 계류 너럭바위 가슴 핥고 은하수 쏟아지 듯 수 십 길 무지개 피웠을 터 염천 만휴정 물소리 힘 있어 좋겠지만 늦은 나이 엄동설한 지내기엔 송암 폭 은백 고요가 더 좋네 - 시작노트 - 만휴정(晩休亭) 조선 전기의 문신 김계행(金係行, 1431~1517)이 말년에 지은 경상북도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에 위치한 정자. 그 아래 수십길 송암 폭포 물길 여름이면 무지개 피웠을 것을 겨울이라 얼어 은백 줄기 장관을 이루다.
저 꽃 저 꽃 연곡사 종소리에 온갖 번민 사라지 듯 긴 세월 동토에서 죽을힘 다해 살아 꽃 피우니 속 알 머리 없는 바람에 저 꽃 한 잎 두 잎 나빌래라 지려거든 피지 말고 피려거든 지지 마라 밤새운 씻김굿에 온갖 허물 벗어내 듯 거친 세상 눈물 속에 죽을힘 다해 꽃 피우니 흔적 없는 바람에 저 꽃 한 잎 두 잎 나빌래라 세상에 나왔으니 한 번은 크게 웃어야지
봄소식 봄소식 새벽 장끼 울음에 잠 깨었는데 아직 돌 먼 손자/승우가 할머니 할아비 댁에 마실 왔다 방긋 웃는 고운 두 볼에 노란 산동백 꽃 가득 담아 행여 꽃샘추위에 고뿔 들면 어쩌려고
고향 길 고향 길 오늘도 그 길은 웃고 있을까 책보따리 허리 찬 가시내와 머스마들이 타이어 고무신 먼지 일으키며 뛰어가던 길 비 그친 밤 술 취한 장년 공동묘지 꾸부러진 길 모퉁이 돌아 나오다 시비 거는 귀신과 씨름하여 겨우 겨우 이겨 단단히 묶어 놓고 다음날 가 보니 다리 아래 피 묻은 빗자루 한 개 덜렁 묶여 있었다던 허허허 긴 세월 그렇게 보냈을 그 길 여태 떠나지 않고 그곳에 남아 돌아오지 않는 가시내들과 머스마들을 기다리는가 타향살이 가시내와 머스마가 다시 찾아주기를 기다리는 홍교다리 건너 들멀 변전소 불빛마저 으시시 주저앉은 모퉁이길 누구는 북풍한설 맞으며 지났고 누구는 하얀 목련꽃 필 때 걸었고 누구는 숨 탁탁 막히던 땡볕에 지났을 그곳 허구한 날 나타났다던 귀신들의 얘기는 훨훨 날아 하늘로 달아나고..
마라도(馬羅島) 마라도(馬羅島) 화산석 구멍구멍 개쑥부쟁이 움츠려 말똥말똥 지나는 빈 세월만 바라보는 고도 못 본 아쉬움이 천 리 만 리인 줄 알았는데 두어 시간 걸으며 아무나 지닌 그리움 고백하니 호랭이 눈으로 째려보던 시퍼런 동지나 파도가 검은 암벽을 할퀴며 어서 가라 표효하네 허기사 백 년도 못 사는데 퍽이나 살듯 바리바리 감춘 사연 바람 불 때마다 빌라고 할망당 바위틈에 꽂아 놓고 떠나네 강남 제비 새끼처럼 구멍구멍 움츠려 말똥말똥 한라산 변덕스런 계절만 바라보는 마라도 한나절
욕심 욕심 살며 작년까지 꿈에도 생각 못한 욕심 하나 생겼다 나이 들어 이젠 하나하나 버리고 버리며 가난하게 살려고 했는데 내 칠순 날 아침 하늘이 주신 은혜로운 선물 아직 지 어미 아비 구분도 할 줄 모르는 내 손자 승우 이 사람 저 사람 안아주면 낯 설다 울지 않고 입과 눈과 코와 귀 그리고 두 팔과 두 다리가 모두 함께 방긋방긋 웃어 미소 잃어 삭막했던 내 가슴도 어느샌가 따뜻해지고 있다 이놈이 자라 할애비인 것을 알고 아장아장 걸어 다가올 때 가난한 가슴 얼마나 뜨거울까 꼭 안아 주며 달콤한 사탕 한 개 사 주고 싶고 책가방 매고 학교 다녀오면 용돈도 손에 쥐어 주고 싶은 것이다 이젠 버리고 버리며 가볍게 가야 할 나이에 뜬금없이 욕심 하나 생겼다 백일 조금 지났는데 어느새 나를 알아보고 방글방글 웃는..
항파두성에서 항파두성에서 천 년 하늘 져 굽은 등허리 고통 잊어 무심한 척 바람길 보는 살고저 죽고저 피비린내 짙은 항파두성 이곳과 저곳 경계하는 돌담 아래 항몽의 스러진 흔적 검은 돌 틈새로 겨울비 내려 천 리 길 나그네 젖어 우는데 머나먼 남아프리카 처녀 유리홉스 노란 젖 몽우리 아니 아픈 듯 젖어 웃는다 - 시작노트 - 항파두성 : 제주도 애월읍에 있는 고려시대 삼별초 항몽유적지 유리 홉스 : 원산지/남아프리카 - 꽃말/청아한 당신- 온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