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툰 자작詩

고향 길

 

고향 길

 

 

오늘도 그 길은 웃고 있을까

 

책보따리 허리 찬

가시내와 머스마들이 타이어 고무신 먼지 일으키며

뛰어가던 길

 

 비 그친 밤

술 취한 장년

공동묘지 꾸부러진 길 모퉁이 돌아 나오다

 

시비 거는 귀신과 씨름하여

겨우 겨우 이겨 단단히 묶어 놓고

다음날 가 보니 

 

다리

아래

피 묻은 빗자루 한 개 덜렁 묶여 있었다던

 

허허허

긴 세월 그렇게 보냈을

그 길

 

여태 

떠나지 않고 그곳에 남아

돌아오지 않는 가시내들과 머스마들을 기다리는가

 

 

타향살이

가시내와 머스마가 다시 찾아주기를

기다리는

 

홍교다리

건너

 들멀 변전소 불빛마저 으시시 주저앉은

모퉁이길 

 

누구는

북풍한설 맞으며 지났고

 

누구는

하얀 목련꽃 필 때 걸었고

 

누구는

숨 탁탁 막히던 땡볕에 지났을

그곳

 

허구한 날

나타났다던 귀신들의 얘기는 훨훨 날아 하늘로 달아나고

 꾸불꾸불

 

다시는 오지 않을

책보따리 허리 찬 가시내와 머스매들이 먼지 일으키며 뛰어가는

아슴프리한 그 길

 

돌아오지 않을 그날들은 

어디쯤

기다리는가

 

 

- 시작노트 -

내 고향 

겨울 학교 가던 길

오금재 북풍한설 닥치면 얼굴과 귀와 손과 발이 시려 봉림 모퉁이 마지막 집 양지에서 몸 녹이고

책보따리 허리에 차고 타이어 검정 고무신 신고 뛰어다녔던 길이

나이 들 수록 그립습니다

 

'서툰 자작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 꽃  (0) 2022.04.15
봄소식  (0) 2022.03.23
마라도(馬羅島)  (0) 2022.01.26
욕심  (0) 2022.01.12
항파두성에서  (0) 2021.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