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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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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내리던 날 꽃비 내리는 날 오늘 처럼 꽃비 내리는 날이면 검정 옷 챙 넓은 갈색 모자 쓰고 내 님 오시는 길 쓸고는 지난 가을 보내 주신 산국화 차 한잔 끓여 오실 님 기다리면 좋겠네
고백 고백 파란 하늘 깊은 바다 그사이 사부작 사부작 적막한 모래 위에 "나 모두 당신 사랑합니다."라고 썼는데 눈치 없는 파도에 들켜 버렸습니다 바람 부는 날 소리 내어 울어 본 적 언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밤 꿈 지난밤 꿈 5월 기다리는 종달새처럼 아카시아꽃 핀 날 당신 만나 여자만 갯물 들랑거리는 홍교다리 건너 너른 벌 출렁이는 열두 방천 걸을 때 네 잎 클로버 찾는 당신 몰래 나는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에머럴드, 루비, 진주 꽃 엮어 수줍어하는 가느다란 당신 목에 걸어주며 파르르 떠는 석양의 유희를 보았습니다 세월 흘러 안부 조차 잊어 버린 인연 뎅 덩 뎅그렁 홍교다리 건너던 아련한 성당 종소리 들으며 우리 두 손 잡고 달과 별과 어둠과 함께 사랑하고 사랑했던 당신을 지난밤 보았습니다
첫 사랑 첫 사랑 사선을 넘나들던 첫 사랑 이름이 아련하다 봄 여름 지나 찬서리에 사운대는 가을 나뭇잎처럼 나이 드니
당신 당신 하늘 땅은 두 손으로 가려지는데 당신 얼굴 내 두 손으로 가릴 수 없어 두 눈 꼬옥 감았더니 더욱 또렷한 당신 모습
3월 3월 남몰래 흘렸던 내 안의 눈물이 삼월 봄비로 내리면 어여쁘리라 삶은 어떤 이유로 앞서고 뒤서기도 하더만 아직 침묵하는 생명들이 두 손 들어 따사로움에 감사할 때 내 하나 남은 영혼은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을 들꽃으로 피어 사랑하는 이의 손에 꺾이어 아니 그 발아래 밟혀도 내 숨 죽이리라
홍매화 홍매화 윗입술이 터졌습니다 이 나이에 아직 무엇이 그립고 외로운지 언 삼동 밤마다 발가벗고 지냈다고 저만치 오는 봄의 시샘에 입술이 터져 아직 남아있는 담장 밑 잔설 위에 방울방울 선홍빛 눈물이 서럽습니다
아버님 아버님 양지 논두렁 아래 누이와 모닥불 쬘 때 삭풍 맞으며 쟁기질하시던 아버님 눈 두렁에 앉아 담배 피우시다 구불구불 마을길 세참 챙긴 어머님 보이면 이놈의 소가 왜 말을 안 듣는다냐 허이 이랴 쭈쭈쭈 목소리 더욱 구성지셨는데 아버님보다 더 살아 일흔에 들은 아들은 올봄에도 그 논길 걸으며 아버님을 추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