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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혼자라는 것

 

 

 

혼자라는 것

 

 

올여름처럼 힘들었던 여름은 기억에 없다

몹쓸

코로나 19

 긴 장마

 

사흘 걸러 몰아친 태풍이

오살 나게 찌던 밤을 새끼줄로 묶어 몰고 가버린 날

무슨 미련이 남았다고 콧등이 아렸다

 

새벽

창문 열고 안부 전하려

고갤 내미니

 

한 줌 

바람이 지나다 말고 방에 들어오겠다며

가슴을 민다

 

 넓은 세상

좋은 곳 두고

무슨 인연으로 냄새나는 방에 뭐 하러  들어오려는가

했는데

 

우체부가 꽂아주는

편지처럼

바람도 갈 곳 정하여 오는 것이다

 

혼자 있어도 저절로 배 커지는 상현달처럼

외로움

그리움

 

누군가와 말하는 줄 알고 헛소리하는

반백

중년

뭐 좋다고

 

출발지도 모르는 바람이 제 방인 듯

거침없이

내 방에 든다

 

고독 한 줌

매달아 놓은 천정을 돌아 구석구석 살피는 

바람이

 

 아내보다

 자식보다

낫고

 

그래

그래

나보다 훨씬 훌륭하다

 

인연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 듯

바람은 멋대로 오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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