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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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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아 간다는 것 닮아 간다는 것 구름 너머 먼 하늘 늘 푸름처럼 피고 지는 꽃의 아름다움처럼 담담히 흘러가는 발가벗은 여생 골짝 쫄랑대며 흐르다 여울지는 곳 개망초 피어 허기진 배 채우고 울뚝불뚝 솟은 어깨 감춘 피비린내 나는 산등성이 고락 해 진 시오리 열두방 천 들 멀 불빛 아련한데 눈은 철..
6월 6월 장마 귀찮음을 아는 것은 행복이고 말고 탱자나무 가시 피해 오른 능소화 심술궂은 빗방울 온몸 찢겨 맥없이 고개 떨군 모습 처연하다 염천 삼복 소나기처럼 아니, 밤새 내린 눈처럼 사랑은 느닷없고 소리없이 온다더만 먼 곳 기별 없는 사람 행여 소식 오실까 마음은 날카로운 가시 사이 오르내리는데 스스로 왔다 가는 6월은 30일 가득 채우고 간다
사방거리 추억 사방거리 추억 아름다운 것들은 차츰 잊히고 그날 포성처럼 철조망 허리 감아 오르던 장미 때 되면 어김없이 피었다 때 되면 사위었지만 우린 원하지 않아도 만나고 진정 바라지 않아도 떠난다 전쟁 포화 속에도 살아 남은 소양강 벼랑 끝 고고한 장송 싸락눈 장송 자락에 내리던 1974년 2월 사단 GMC 얻어 타고 비틀비틀 찾아간 사방거리 민통선 지나면 주파령 넘어 더 가면 휴전선 그 공간 칠흑 속 구슬피 우는 어미 노루 울음소리 애달펐다 누가 언제 어떻게 왔다 갔기에 부대 앞 개울 돌멩이 아래 소름 돋는 전우 신보 태양옥 찌그러진 주전자 주둥이에 넘치는 막걸리 기억나지 않은 그림자 안고 부르던 유행가 태양옥 쫄깃쫄깃 매콤한 라면 덕지덕지 고추장 바른 더덕구이 향 좋은 취나물 이젠 기억 사라질 나이인데 또 기억..
월류봉에서 월류봉에서 우뚝 솟은 월류봉 휘영청 달 오르면 오봉 휘도는 맑은 물 위 사공 없는 달 저홀로 떠간다 달도 별도 졸리운 삼경(三更) 거두(巨頭) 우암(尤庵) 월류정 홀로 앉아 산짐승 우는 소리 술잔 비우고 무슨 생각 하셨을까 묻고 싶어 독한 술 한 대접 마셨더니 묻고 싶은 말 잊어버렸네 -..
5월 5월 꽃샘추위 생긴 상처 강풍 맞은 퍼런 멍 노오란 5월 햇살 이슬 젖은 꽃잎처럼 돌담 송송 구멍구멍 거친 역사 뚫고 나와 아린 상처 안아주면 내 마음 창공 날아 꽃 피고 꽃 지는 5월 노래 부르네 사랑 노래 부르네
통영에서 통영에서 새벽 통영 남망산 동백 숲 걸으며 밤새 멍게처럼 달라붙은 붉은 상념 스러지는 이슬처럼 산화 시켜 발걸음 가벼이 중앙시장 지나 세병관 기둥에 기대어 먼 그날 얘기 듣고 에메랄드빛 통영 노래 부른다
4월 4월 꽃 피고 꽃 지는 4월 그리 쉬 지려면 피지나 말지 내 누님 미소 닮은 모란꽃 피는 4월
소매물도 등대섬을 떠나며 소매물도 등대섬 떠나며 이제 발길 돌려 등대섬 떠나네 이리 쉬 떠날 걸 어쩌자고 거가해저터널 지나 낯선 거제도 어둑지게 돌고돌다 열목개 건너려 동백 지는 통영에서 밤 지새우고 해무 끼인 소매물도 둘레길 돌아돌아 이리 쉬 떠날 걸 끄덕 끄덕 등대섬까지 왜 왔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