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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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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그믐날의 넋두리 섣달 그믐날의 넋두리 이제라도 비 되어 그대 안을 촉촉히 적시우고 싶다 잡지도 못하고 바라만 보다 놓쳐버린 하이얀 손 새벽 뒤꿈치 들고 형광 불빛 성당 앞 서성이다 뎅그렁 종소리 들리면 내 그리움인 줄 알리라 생각했었다 이제라도 빛 되어 헝클어진 그대 마음 다독이고 싶다 횅한 늦가을 들국화 스치는 바람은 차가와 꽃비 사르르 흩날리는 따사로운 봄바람과 함께 초원에 포근히 그대 잠들게 하고 싶다 누군 다가서야 하고 누군 기다려야 하는 산다는 일에 공식이 있으리라 생각도 못 했다 틀림없이 기다렸을 것이다 정작 그대 떠나려 하니 깨닫는 미련 무디고 가난한 가슴에 꽃 심고 풀 심어 조그만 정원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일은 오고 오늘의 아픔이 내일은 기쁨으로 다가올 지 모른다 삭풍 가르는 하늘..
아직도 그리운 꽃 아직도 그리운 꽃 비 바람 이유 있고 천둥 번개 이는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장미 백합 보면 향기 좋아 웃음 절로 나고 이름 없는 들꽃 보면 남 같지 않아 야윈 가슴에 품습니다 언덕 아래 노오란 들국화 입동 지나 서리 내려도 향기 잃지 않음은 애린을 놓아버린 무상 무아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나이 들어 먹먹한데 무심히 뱉은 한마디 아직도 그 사람 그립다는 것입니다 묻은 지 오래 그리움인데 동지 섣달 긴긴 밤 적막 골골 떠도는지 새벽마다 먼 산 어둠을 뚫습니다
관계의 순응 관계의 순응 이슬 내리면 단풍 들고 서리 내리니 낙엽 지고 빈 가지 밤새 몸살 하더만 하늘 꽃 피웠구나 이유 없이 사는 것 아니며 우마처럼 말없이 끌려가는 삶은 더더욱 아니다 화려했던 것 잊고 고통스러웠던 것 벗어 상처만 남은 가슴 적막 산사에 두고 노루 혼자 놀다 간 어둑새벽 노승 대신 부엉이 염불하면 다가서지 못했던 시선 파르르 내려 탈색된 하얀 이불 속 야윈 가슴으로 안는다
첫눈 내리는 날의 독백 첫눈 내리는 날의 독백 우리 극동 어느 귀퉁이 같은 곳에서 나 내일 어떻게 될 줄 모르면서 어려우면 고통스럽다고 울고 잠시 기분 좋으면 행복하다고 잇몸 드러내며 웃는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산다는 것은 고독과 갈등과 이기의 가면 쓰고 밧줄 타는 서커스라면 닿을 수 없는 이..
11월의 밤 11월의 밤 그대여 살다가 우리 그리운 밤엔 촛불을 켜자 어스름 들려오는 귀익은 발소리 희미하게 피어나는 바알간 미소 그대여 알 수 없이 11월 밤이 외롭거든 울어버리자 죽은 화산처럼 식어버린 가슴 열고 낙엽이 여울대는 낯선 밴치에서 11월은 고장난 시계처럼 뻑뻑하다 스치듯 지나..
나목의 기도 나목의 기도 행여 우울한 날일지라도 너의 미소는 어여뻐 저절로 따라 웃는다는 일이 이렇게 열락(悅樂)한 줄 늦은 나이에라도 알아 행복하다. 필요한 날 또 필요한 때 너 있어 우리는 눈시린 연인. 너의 미소는 노랗고 너의 사랑은 빨갛고 너의 가슴은 연녹색 연녹색 속에는 신비로운 우..
거미줄에 걸린 낙엽 거미줄에 걸린 낙엽 밤새 얼마나 애태웠으면 고웁던 얼굴 반쪽되어 살랑이는 바람에 저항도 않고 툭 떨어져 더 살아 엄동설한에도 의연한 빛 볼 수 있다면 좋았을 터 하필 거미줄에 걸렸다 삶은 알 수 없고 삶은 선택이라 그 몫과 나머지는 나의 것이지만 때론 나머지는 내것이 아니라고 ..
비련(悲戀) 비련(悲戀) 얼마나 더 울어야 응어리 풀리려나 야윈 가슴 밤새 부대껴 종이짝이 되었는데 갈등 없는 삶 어디 있더냐 본디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나 웃으며 우리 만나 관심의 충돌 속에 후회하다 한 마디 말 못하고 무심히 떠나기에 삶은 고해라고 선각자는 말한다 콩나물 시루 저 잘났다고 머리 불쑥 내민 것은 콩나물이 아니더냐 고해는 좁은 콩나물 시루 통도사 암자 길 된서리 내리기 전 더덩실 굿거리 장단에 춤이나 한판 추다 우리 처절하고 숭고하게 남은 사랑 태우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