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툰 자작詩

(771)
진달래꽃 진달래꽃 비탈 스치는 바람에도 파르르 떨던 꽃 삼월 삼 짓 날 춘정 더 감출 수 없어 저고리 벗어 두견주 내리고 고쟁이 벗어 화전 지져 참꽃 개꽃 주거니 받거니 연분홍 물든 부끄러운 가슴 활짝 열고 웃지만 저벅저벅 어둠 들면 속으로 속으로 외로워 우는 꽃
노란 민들레꽃 - 세월호 참사 4주년 즈음하여 세월호 참사 4주년에 즈음하여 노란 민들레꽃 올해도 민들레꽃 피었습니다 해마다 잊지 않고 피는 노란 꽃 동토 속 숨죽이다가 따스한 햇살에 기지개 켜고 간지런 봄바람에 방긋 웃으며 민들레 그날 촛불처럼 피었습니다 밤이면 더욱 아린 노란 리본 꽃 차디찬 물속에서 숨 쉴 수 없어 304 가슴가슴 끌어안고서 엄마 아빠 부르며 별이 됩니다 - 시작노트 - 벌써 세월호 참사 4주년이 다가온다. 그동안 촛불 혁명의 영향으로 묻혔던 이야기들을 찾아내기 위해 여러 각도에서 노력했으나 아직도 선량한 대한 국민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지 못한다. 왜 침몰했는지? 왜 적극적 구조를 하지 않았는지? 왜 은폐하고 방해했는지? 그리고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 국민이 죽어가는데도 관저에 머물..
소매물도 동백꽃 소매물도 동백꽃 생전 처음 닿는 소매물도 등대섬 동백꽃 너는 매일 바라보는구나 내 머리칼 등대섬 보겠다고 반백 되었는데 인적 없는 곳에서 네 몸 그리 붉음은 오고가며 울어주는 뱃고동 소리더냐
월정사 고목 월정사 고목 말하지 않으리 누가 물어도 듣지도 않으리 바람에 삭신 흩날릴 때까지 세상 누가 흠 없는가 탓하지 않으리 울지도 않으리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 600년 된 고목 밑동은 담담히 세파의 흔적 안고 줄기는 서 있을 수 없어 누웠다 왜 할 말 없겠는가만 자기 잘못 인정하지 않는 저 잘난 위정자들 그 잘못 모두 남의 탓이라니 부끄러움 모르는 부끄러움 아무리 가리워도 개똥구멍은 똥구멍이다 두 눈 감고 갈구하는 성자처럼 긴 세월 들었던 사바의 아픈 얘기 가슴 담고 바람에 흩날릴 날 기다리는 월정사 고목이 더 숭고하고 말고
동백꽃 보면 동백꽃 보면 봄 오는 여수 오동도 시누대 너머 동백꽃 방긋 웃는다 동백꽃 보면 눈물이 난다 꽁꽁 언 섣달 초이레 큰 누님 삼십 리 산골 시집가던 날 암수탉 다리 묶어 올려놓은 상 위 누가 갖다 놓았는지 가지 동백꽃 그날 동백꽃 왜 그리 붉고 암벽 핥다 밀려나는 파도처럼 처연히 숨 죽여 울더구먼 지금은 산골 나와 봄 오시는 통영 사시는데 어느새 누님 머리에 서리가 내렸네
봄이 오는 길 봄이 오는 길 봄은 바람 타고 온다 오다 길 잃어버리면 깊은 골로 가 혼자 울다 잠든다 봄은 어부 돛배 타고 온다 바람 길 따로 있어 해마다 그 길 따라서 온다 포구 지나 섬진강 백 리 하얀 매화꽃 그늘 만들고 지리산 심심 골 산동 이끼 낀 돌담 틈 노란 물감 풀어 놓으면 백두대간 골골 봄바람 불고 삭풍의 상처뿐인 가슴에도 졸졸 얼음 녹아 물 내리고 나물 돋우면 녹슨 원한의 철조망 너머도 봄 오겠지
나그네 나그네 해 지면 돌아갈 곳 있음은 행복이다 서산 해 걸려 찰나 빛 발하면 마을은 물들고 나그네 가슴은 피조개 속살처럼 젖어 온다 돌아갈 것인지 술 한 잔 마시고 주저앉을 것인지 본디 마음이란 실체가 없다고 선각자는 말하지만 만 갈래 갈라진 개펄 위 무심히 드는 갯물처럼 실눈 미소 속에 감춘 붉은 혀 뱀처럼 비튼 열락 알게 모르게 만들어진 매듭 만지작거리며 오늘도 어디쯤 오고 있을 나의 저녁을 향해 걷는다 저녁은 끝나는 시점이 아닌 지나가는 시간 마땅히 그래야 하는 삶은 없다지만 살만한 이유는 지옥같은 밤 지나면 내일은 다시 걸을 수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겨울 배롱나무 아버님 기일 다가오니 겨울 배롱나무 얼마나 참고 견디다 토해낸 몸짓인가 애오라지 한 몸 지탱하기도 힘들 때 만리동 고갯길 간판 없는 여인숙 머무시며 우리를 건사하신 아버님 팔뚝 닮은 아, 동토의 배롱나무 섣달 삭풍 무던히 불던 밤 우리 두고 작고하신 지 어언 35년 지나 철 없던 동생들 이젠 할비 할미 불리우고 고운 배롱나무 꽃 무던히 피고 지더만 삼동三冬 나신 배롱나무 볼 때마다 아버님흉하게 틀어진 마디 마디 또렷이 생각 나 가슴으로 가슴으로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