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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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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눈길 모퉁이 돌아서니 素服한 여인의 실루엣이 가로수가 되어 있었다. 비와 바람이 지나던 길 위에 눈이 아련한 추억처럼 소복소복 내리는데 새벽 닭이 저만치에서 아는 체를 한다. 돌아보니 아스라이 먼 길은 아니었지만 험난한 능선을 용케도 헤쳐 왔는데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 하나 ..
바보 사랑 바보 사랑 해 지면 혼자임이 외로웁고 누군가 간절히 그리울 때 한 번도 본 적 없는 당신을 술잔 속에 담아 봅니다. 어디 사는지 안다면 만나든 못 만나든 당신이 좋아하든 아니든 휑하니 가까이라도 가고 싶은 걸 그럴 수 없을 때, 어떤 목소리일까 궁금하여 아무 전화번호 눌러 신호음 ..
사랑. 사랑. 그리움은 그리움 대로 외로움은 외로움 대로 쌓이게 두어라. 달이 외롭게 생성하여 거만하게 만월을 이루고 아프게 소멸하듯 사랑도 그렇게 흔들리며 영글어 간다. 비워지는 술잔에 남은 넋두리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다보면 밤은 지나 새벽은 변함없이 오듯 같은 곳 바라보며 살다보면 언젠가 ..
산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 부대끼는 것이다. 생성하여 소멸되고 있다가도 없음이다. 평생 두 눈 감고 정좌 하여 묵언 수행 하는 바위도 아무도 없는 밤이면 자신의 탐욕을 가슴치며 후회하고, 사시사철 늘 푸른 소나무도 가을 바람이 스치면 사락사락 흔들리며 소리죽여 울더라. 인연도 비에 젖고 바람..
사랑은 사랑은 이렇게 삭풍에 솔잎 우는 밤이면 외롭지 않은 이 뉘 있을까. 이렇게 눈 내리는 밤이면 그리움 앓지 않은 이 어디 있을까. 사랑은 한 조각 초승달처럼 가난히 생성하여 만월을 이루고 소멸되는 그믐달 같은 것을 ...... 지난 밤 잠 못 이루고 썼던 편지들이 발가벗은 체 허연 새벽 들판에 누워 있다..
당신 당신 사람아! 자신의 산물을 다 털어낸 나목처럼 비우고 또 비우려 해도 나는 도무지 비울 수 없는 것 하나 있습니다. 꽃잎 지던 밤도 낙엽 지던 밤에도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던 사람 바로 당신이랍니다. 오늘처럼 눈 내리는 밤은 지중해 푸른 바닷속 가시 세운 성게를 가슴에 안은 듯 더욱 가슴만 아..
신탄리에서 신탄리에서 저 고개 넘으면 철원평야가 있고 그 모퉁이 돌아가면 북녘땅이 있던데 삭풍에 솔(松)이 하도 설히 울어 경원선 중단점에 서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해 지면 살아있는 것들은 제 집으로 돌아가는데 경원선 녹쓴 철로는 더 가지 못하고 망부석이 된지 어언 60년. 객지에서 땅거미 지면 고향 생..
겨울 새 겨울 새 裸木의 휑한 가지에 새 한 마리 날아와 앉았습니다. 盛夏의 풍요로움과 滿秋의 화려함이 사라진 가지에 앉아 새는 왜 이렇게 초라한 몰골이 되었느냐고 차마 묻지 못했습니다. 찬 바람이 움추린 가지에 앙탈을 부리면 새는 날개를 펴 잎사귀가 돼 보려 했습니다.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