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탄리에서
저 고개 넘으면 철원평야가 있고
그 모퉁이 돌아가면 북녘땅이 있던데
삭풍에 솔(松)이
하도 설히 울어
경원선 중단점에 서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해 지면
살아있는 것들은 제 집으로 돌아가는데
경원선 녹쓴 철로는
더 가지 못하고 망부석이 된지
어언 60년.
객지에서 땅거미 지면
고향 생각 나고
배도 고파
쿨쿨한 청국장에 소주 한 병 까고
어디로 갈까
서성이는데
동짓달 초 엿새 초승달이
날
부릅니다.
아!
내 아내와 새끼들이 기다리는 곳
이 흔들리는 어둠에서
내
돌아갈 곳 있음은 행복입니다.
돌아가지 못한 것들을 위해
내 마음과 정
여기 남겨두고 가리니
신탄리여!
외롭거든 나를 불러 동무 하시라
고대산아!
힘들거든 날 붙잡고 우시라.
울려거든
삭풍에 우는 솔처럼 그렇게 설웁게 우시라.
- 시작노트 -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연천의 경계에 있는
눈 덮힌 고대산을 다녀오다
신탄리 역 앞
청국장 집에서 소주 한 잔 마시며
철원평야 너머
멍하니 나를 바라보던 눈동자들을 기억합니다.
해질 녘
나그네는 갈 곳 없어 늘 외로웠는데
동짓달 초 엿새 달이
돌아갈 집이 있음을 알려주네요.
60년이 지나 이제는 망부석이 되어 버린
경원선 중단점과 녹쓴 철로들이
날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뭐라고 하는데 알아 듣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