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가는 모가지 길게 빼
백발 날리며
아련한 그리움으로 산등성에 서서.
달 밝은 밤이면 님 그리워하고
천둥 치며
바람 부는 날이면 고개 숙이고
눈물 흘렸습니다.
살아 있어
흔들리는 것들은 비틀거리며
하나,
둘,
내 곁을 떠나고
기러기도 울며 울며
남으로 가는데.
가는 모가지 길게 빼
백발 날리며
구름 같은 인연의 끈 놓지 못하고
삭풍에 부러지고 흰 눈에 덮여
꺼이 꺼이
속으로만 울며
가슴은 얼어도
새날이 있음을 알고
님이여,
기다리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