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암에서
해는 몰랑으로 바삐 달음질치고
어둠은 어슬렁거리며
내 발뒤꿈치를 물려 하네.
백담계곡이 아름다운 것은
제 모습을 보려던 오색단풍이
물속에 빠져 차가와 허우적거림에
천 년 봉우리들이
박장대소 하기 때문이리.
고개 넘고 물 건너
깊은 허리 밟고 올라서니
저만치
등불 하나 있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깊은 산 골
한밤중에 만났으니
인연은
보통 인연이 아니네.
오늘 밤
그대품에 의지하려는데
굳이
불자라야 한다면
목에 걸린 인연 하나 알고 있네.
주시는
공양 그릇 속에
빗방울
하나 떨어지네.
탐욕에 찌든 몸
흐르는 감로수로 더러운 때 씻으려는데
구름속의 달님이
살짝
고개를 내미네.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