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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오세암에서

 

오세암에서

 

해는 몰랑으로 바삐 달음질치고

어둠은 어슬렁거리며

내 발뒤꿈치를 물려 하네.

 

백담계곡이 아름다운 것은

제 모습을 보려던 오색단풍이

물속에 빠져 차가와 허우적거림에

천 년 봉우리들이

박장대소 하기 때문이리.

 

고개 넘고 물 건너

깊은 허리 밟고 올라서니

저만치

등불 하나 있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깊은 산 골

한밤중에 만났으니 

인연은

보통 인연이 아니네.

 

오늘 밤

그대품에 의지하려는데

굳이

불자라야 한다면

목에 걸린 인연 하나 알고 있네.

 

주시는 

공양 그릇 속에

빗방울

하나 떨어지네.

 

탐욕에 찌든 몸 

흐르는 감로수로 더러운 때 씻으려는데

구름속의 달님이

살짝 

고개를 내미네.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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