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툰 자작詩

겨울 해

 

 

겨울 해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벗어 버리고

겨울 해는

알몸으로 바다에 쑤욱 빠져 버렸다.

 

날 때 알몸이 듯

질 때도 알몸이었다.

 

아무도 슬퍼하지 않았다.

 

다만,

철없는 고깃배가

만선을 못했다고 불평을 했다.

 

알몸으로 나

알몸으로 살지 못하고 

우리는

어둠으로 숨어

 

벌거벗은 겨울 해를 조롱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며

 

가식의 불빛에 취해 밤새 쏘다니는 탐욕의 들개들처럼

비틀거리다 쓰러진

그 위에

눈이 내린다.

 

그 겨울 해

지금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서툰 자작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탄리에서  (0) 2007.12.17
겨울 새  (0) 2007.12.12
억새  (0) 2007.12.02
절규  (0) 2007.11.29
오세암에서  (0) 2007.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