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자작詩 (771) 썸네일형 리스트형 방황(彷徨) 방황(彷徨) 오래전 생긴 상처가 찬 바람에 덫이나 겨울밤 잠 못 이루었다. 언제까지 불확실한 사고에 의해 내 영혼은 갈팡질팡해야 하는 걸까. 영춘화는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을 젖히고 꽃을 피우는데 가슴에 박힌 파편에 머리칼은 허옇게 탈색되고 있다. 목적지 없는 걸음은 방황이다. .. 동백(冬柏) 꽃-3 동백(冬柏) 꽃-3 雨水 지났는데 소복 나풀거리듯 걱정을 손잡고 저만치 그리움이 눈 속을 걸어와 손톱 끝 가시 찔린 통증처럼 아픔을 앓게 합니다. 눈물도 기쁨의 눈물이 있고 슬픔의 눈물이 있듯 눈도 하얀 눈만 내리는 것 아닙니다. 겨우내 가슴 도려내듯 아픈 그리움이 핏빛으로 물들어.. 소래포구 소래 포구 토라진 햇살이 입 다문 철교에 걸터앉아 망둥어 하나 물고 어슬렁 어슬렁 사라지는 도둑고양이를 보고도 눈 감아 버리는 곳. 낮에는 처절한 삶에 허덕이다 밤이면 비린내 도사린 이 골목 저 골목 기억에도 없는 사람 이름을 부르며 똥개처럼 쏘다니다 소주 한 잔에 사랑을 마시고 소주 한 잔.. 봄이 오는 길 봄이 오는 길 햇살에 산봉우리 옷을 벗고 계곡 얼음장 아래 흐르는 물에 몸 담근 날 앙상한 가지 끝에 매달린 하나 이파리 응달의 잔설 위에 떨어져 바르르 떠는데 지난가을 님 뒤돌아보며 넘으시던 고갯마루 까치 두 마리 한낮 바위 위에 꼬랑지 꺼뜨럭거리며 부산을 떤다. 살풀이춤 살풀이춤 하얀 소복 자주 고름 동백기름 쪽 틀고 수줍은 듯 고개 돌려 옥비녀와 눈 맞추면 고운 볼은 도화요 가녀리게 떨린 소매는 이화라 가는 손 살짝 틀고 접은 팔 훠이 펴며 사뿐사뿐 걸어서 긴치마 더럽힐까 고웁게 접어 올린 흰 버선코 들었다가 툭 차며 빙그르르 돈다 너울너울 흰 .. 한파(寒波) 한파(寒波) 부끄러워 뒷걸음으로 골마리 잡고 문지방까지 온 햇살. 겨울은, 스스로 산 넘어 가 버린 줄 알았는데 아직도 매달린 아픔 있어 차마, 눈에 밟혀 마지막 몸부림으로 그 아픔 묻어 두고자 넘던 고개 되 돌아와 밤새워 씻김굿하고 있다. - 시작노트 - 겨울 끝자락 이상하리 만치 따.. 이상(理想) 이상(理想) 누구에게 보낸 편지일까 또박또박 고웁게 써 내려간 산뜻한 문체 지난가을 흔적만 쓸쓸히 남은 광야에 지난밤 선녀들이 나풀나풀 하강하여 뭐라고 썼는지 나의 눈으로는 읽을 수 없음을 슬퍼한다. 인생은 때때로 바라는 理想을 택할 수 없어 남에게 자신의 꿈을 덕지덕지 붙.. 쉰 일곱 나이에도 쉰 일곱 나이에도 용산역, 어슬렁 거리며 호남선 완행열차가 한강철교를 건널 때 나는 통행금지 시간에 쫓기 듯 주름 많으신 할머니 옆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다. 긴장이 풀렸는지 선반의 책가방은 신경 쓰이게 벌써 코 골기 시작했다. 수원역, 털 모자가 달린 흰 코트를 입고 빨간 가방을 든 멋쟁이 아.. 이전 1 ··· 64 65 66 67 68 69 70 ··· 9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