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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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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동 단풍에 대하여 천불동 단풍에 대하여 외로움 더 견디지 못하고 애 끓는 울음 바람에 쓸려 내 귓가에 들려오기까지 고통 얼마나 컸을까. 운다는 것은 다 안다는 것 아무나 우는 것은 아니지. 있음과 없음도 알고 사랑도 이별도 아는. 천불동 에메랄드 물빛에 비친 제 모습에 손 놓을 수 없어 바람에 실려 ..
침묵(沈默) 침묵(沈默) 말 배우는 데 2년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60년도 짧다는데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고 말합니다. 하늘도 朝夕 間 수 없이 변하는데 하물며 우리 감정이야. 그러나 검은 구름 그 너머 하늘의 푸르름은 늘 그대로이듯 당신 향한 내 마음도 늘 푸른 하늘입니다. 말 배우는 데 ..
도토리 도토리 매끄러운 구리빛 피부 터질 듯 탱탱한 근육 하이얀 속살 멀쩡하게도 생겼는데 왜 개밥에 도토리라고 했을까. 상강(霜降)이 낼 모레라 서리는 내리고 찬 바람은 집적대는데 지난 밤 무슨 일 있었기에 이 새벽 홀라당 알몸으로 쫓겨나 길 위에 뒹구는가.
단풍 단풍 그것은 어둠이 앗아간 노을의 몸짓이었다. 삶의 번뇌(煩惱) 그 너머 붉은 그리움이었다. 그것은 자위의 황홀한 오르가즘이며 향기이고 미련이었다. 그것은 이별 뒤 남겨진 꽃잎이었다. 자유였다.
추심(秋心) 추심(秋心) 천마산 낙안정(樂安亭) 기대앉아 바다 건너 기상(氣象) 좋은 마니산 바라보니 전등사 종소리 서해를 건넌다. 김포 들녘 기름지어 누렇고 전어 굽는 내음 산 아래 마을을 돌아 고개를 넘는데 반백 나그네 무슨 생각에 떠날 줄 모른다.
실미도 무의도 국사봉에서 내려다 본 실미도 실미도 이름없는 영혼들이 꽃 되었나 실미도 가는 길 철 잃은 해당화가 피었습니다. 허이연 파도가 암벽의 구석구석을 핥고는 돌아서는 곳. 소금기 남은 감자 몇 알로 굶주린 배 채우려던 유난히 무덥던 그해 여름 해와 달도 머물지 못하는 곳에서 죽음이 목표로 ..
경춘선(京春線) 경춘선(京春線) 비 내리는 날은 경춘선을 타려네 행여 노랑 우산 받고 그 사람 날 기다릴지 몰라. 코스모스 피인 춘천 가는 길목 어딘가에 산다는 사람 만나든 못 만나든 가까이 간다는 게 숨 가뿐 일인 걸. 석양이 고운 날은 경춘선을 타려네 행여 늦은 밤 수은등 아래 그 사람 날 기다릴지 몰라. 북한..
낙화(落花) (선운사 대웅전 앞 배롱나무 꽃) 낙화(落花) 밤 사이 무슨 일 있었는지 비명도 없이 떨어진 꽃잎. 숭악한 날도 천 년 만 년 살 것 처럼 허리 꼬더니 지난 밤 무슨 몹쓸 꿈 꾸다 땅위에 뚝 뚝 혼절하고 말았는가. 어느 날 바람에 흩날릴 줄 모르는 것이 삶이며 아름다운 것은 가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