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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낙화(落花)

(선운사 대웅전 앞 배롱나무 꽃)

 

낙화(落花)

 

밤 사이 무슨 일 있었는지

비명도 없이

떨어진 꽃잎.

 

숭악한 날도 

천 년 만 년 살 것 처럼

허리 꼬더니

 

지난 밤 무슨 몹쓸 꿈 꾸다

땅위에

뚝 뚝 혼절하고 말았는가. 

  

어느 날

바람에 흩날릴 줄 모르는 것이

삶이며

 

아름다운 것은

가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뒷 모습이라는데

 

낙화를 받으면 바라는 사랑 이뤄진다기에

이 나이에

풋풋한 사랑 다시 있을까만

 

그 질긴 배롱나무 꽃잎 지는 새벽에 

아무도 몰래

그 꽃잎 받아 보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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