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도 국사봉에서 내려다 본 실미도
실미도
이름없는 영혼들이 꽃 되었나
실미도 가는 길
철 잃은 해당화가 피었습니다.
허이연 파도가 암벽의 구석구석을
핥고는 돌아서는 곳.
소금기 남은 감자 몇 알로
굶주린 배 채우려던 유난히 무덥던
그해 여름
해와 달도 머물지 못하는 곳에서
죽음이 목표로 길들여진 그림자들은
영등포 대방동 아스팔트 녹아내리던 그 거리에서
수 발의 총성과 함께
화약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안개에 숨어버린 호룡곡과 국사봉이
어쩌다 뒤돌아보는
인천 앞바다 어느 무인도
구천을 떠도는 영혼을 위한
씻김 굿하는 소리 없고
아직
갈 한목 축여주는 술 따르는 소리 없어
말 못하는 잡목들과 입 다문 바위들이 눈만 끔벅인 체
역사는 흐르고
그들이 맨발로 죽음을 향해 뛰었을 질곡의 언덕에
바람은 비명을 지르고
눈물처럼 비는 내립니다.
누가 그들의 영혼 달래주련가?
어떻게 역사는 그들을 기록할 것인가?
실미도
아~
실미도여!
실미도 가는 길에
해당화는
온몸에 가시 박힌 체 웃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