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은 기차를 타고.
비 내리는 날은 경의선 기차 타고
임진각 서서
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저 편을 바라보며
쓰디쓴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
바람이
구름이
새들이
어떻게 오가는 지 보게.
휴전선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인연도 없는데
생각만 해도
아, 휴전선
내 마음엔 비가 내린다.
한 갑자(甲子) 되도록
오가는 길 막아선 보이지 않는 철조망
그 틈새로
바람과
구름과
새들은 멋대로 넘나드는데
언제쯤
시원스럽게 우리 오갈 수 있을까
한라에서
두만강 건너 런던까지라도 철마는 달리고 싶어
비 되어 내리는데.
비 내리는 날은 경원선 기차를 타고
신탄리 역에 가서
저편에도 가을이 오는지 기웃거리며
홀짝 홀짝
소주 한 잔 마시고 싶다.
바람과
구름과
새들이
어떻게 오가는지 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