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풀이춤
하얀 소복
자주 고름
동백기름 쪽 틀고
수줍은 듯 고개 돌려
옥비녀와 눈
맞추면
고운 볼은 도화요
가녀리게 떨린 소매는 이화라
가는 손 살짝 틀고
접은 팔 훠이 펴며
사뿐사뿐 걸어서
긴치마 더럽힐까
고웁게 접어 올린 흰 버선코 들었다가
툭 차며
빙그르르 돈다
너울너울 흰 나래
접었다 다시 펴고
죽은 듯 멈췄다가
두 어깨 흐느끼며
지나온 모진 삶
돌고
돌아
지우고
동지섣달 외로움
훠이
훠이
날려버린다
한서린 가야금
아쟁을 벗 삼고
애 끓는 피리는
덩실덩실 장고 타고
하강하는 선녀인가
공중 나는
학이런가
촛불 사위어 가고
장단도
숨이 차니
속에 숨은
탐욕
집착
하나
둘
불태우고
새벽닭
울면
미련없이 가는 길
가시다 배고프면
내
속 아프니
임이여!
가기 전에 골마리 풀어놓고 남은 술이나
비우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