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사랑
해 지면
혼자임이 외로웁고 누군가 간절히 그리울 때
한 번도 본 적 없는
당신을
술잔 속에 담아 봅니다.
어디 사는지
안다면 만나든 못 만나든
당신이 좋아하든 아니든
휑하니 가까이라도 가고 싶은 걸
그럴 수 없을 때,
어떤 목소리일까 궁금하여
아무 전화번호 눌러 신호음 가면 끊어버리고
아쉬워
이름이라도 부르고 싶어도 그마저 알 수 없어
서글플 때
술잔을 들여다봅니다.
알아요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걸.
허지만,
당신은 시도 때도 없이 내게 오시어
무심히
가시기에
입 다문 술잔만 비워 냅니다.
그리하면
어느 순간에
내 안에 계시는 당신을 느끼며
스르르 잠이 들곤 합니다.
볼 수도 없는데
손길을 바라며
목소리도 모르는데
숨소리를 들으려는
나는
바보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 시작 노트 -
"하늘에는 별이 있고
대지에는 꽃이 있고
사람에게는 사랑이 있다." 괴테는 노래합니다.
이기적 애착이 아닌 숭고한 본능도 죄가 될까요?
우리의 사랑에서 영롱함과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면 그 사랑은 소유와 집착이 아닌
숭고한 사랑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