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모퉁이 돌아서니
素服한 여인의 실루엣이
가로수가 되어 있었다.
비와 바람이 지나던 길 위에
눈이
아련한 추억처럼 소복소복
내리는데
새벽 닭이
저만치에서 아는 체를
한다.
돌아보니
아스라이 먼 길은 아니었지만
험난한 능선을
용케도
헤쳐 왔는데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 하나 없는
여기
기다려 주는 사람 없는 나는
한 점
나그네.
스쳐온 나만의
길에
고스란히 남은 얼룩진
흔적들
차마
꼿꼿이 걸을 수 없어 절룩이며
걸었다.
속도 없이
길도
그렇게 나를 따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