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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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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소경 가을 소경 심술궂은 가을 바람 연분홍 꽃 가슴 풀어놓고 가니, 마실 가던 지렁이 넋 잃고 바라보네. 담장 위 하얀 박꽃 놀라, 가지에 둥근 박 매달고 박꽃은 가로등이라. 재 너머 반백 중년 속 울음 왜 우는지. - 시작 노트 - 가을 한낮 바람 불어 어여쁜 꽃 앞가슴을 열어 버리니, 지나던 지..
가을비 가을비 아직 갈 길 먼데 비 내린다. 가을 들녘 지나 까끄막 길 위에 나락 여무는 소리 닮은 가을비 내린다. 가을비는 아프게 내린다. 날 저물어 젖어 든 누군가의 처마 밑. 엊그제, 여명의 틈새로 웃던 나팔꽃 울고 속없는 귀뚜리 사랑 앓는 소리에 먼 기억의 편린 가시 돋는 반백 중년 긴 ..
사랑하면 사랑하면 향기로운 꽃은 진다고 지는 것 아니듯, 사랑하면 지운다고 지워지는 것 아닙니다. 동지섣달 눈 따라 내 안에 와 가난한 가슴 척박한 한켠 실 뿌리 내려놓고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난 염천(炎天) 몹쓸 허상 찾다가 가슴 시커멓게 타 버렸는데, 이슬 내린 새벽 홀연히 내 앞에 선 그대..
환상(幻像) 환상(幻像) 새벽길 걷다 저만치 미소 짓는 당신 봅니다. 밤새 몹쓸 꿈에 시달리다 나선 길 별빛 따라 혼(魂) 오르고 귀뚜리 내 마음인 양 울어 예다 숨은 곳. 달빛 젖은 목 백일홍 분홍 눈물 내려 목마른 반백 그 눈물로 목축입니다. 구월은 오색 무지개 타고 갈바람은 야무지게 허리춤으로 ..
산다는 일 산다는 일 날마다 낯선 가슴 감추며 가는 모르는 누구는 '당신 참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말할 때. 언제인가 이름 없는 별 바라보던 열두 방천 붉은 노을 내린 강가 홀로 서 있다는 것. 아프다는 것 슬프다는 것 외롭다는 것 진실로 사랑마저도 굴레는 참이 아니라는 것. 어금니 깨물며 내..
내 안에 박혀있는 당신 내 안에 박혀있는 당신 너무 가까이 있으면 있어도 없는 듯 당신은 늘 내 안에 있음으로 사랑이었습니다. 차마 사랑한다 말하지 않았지만, 당신 뒤뜰 바위 되어 외로울 때 엎드린 당신 쉼터이고 싶었습니다. 뜬금없이 삭풍 부는 날 밤새 내린 눈 따라 내게 와 삶의 환희 안겨주며 내 안을 ..
짝사랑 짝사랑 때 잃은 철새 홀로 숨은 연못 바람에 놀라 하늘 오르다 가슴 옹이 힘겨워 되 앉은 오후.
혼자 사랑한다는 일 혼자 사랑한다는 일 문득 코끝 아리어도 혼자 우는 것 배우지 못해 누군가 붙잡고 두 어깨 흔들리고 싶은 전에 없던 요즘. 혼자 사랑한다는 일. 바라는 데로 가지 않는 상처 받고 상처 내어 아프기도 한 사바의 전장터. 비라도 내리면 훔치지 않아도 모를 주름 깊은 반백 사공의 눈물. 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