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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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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이네 주막 춘삼이네 주막 먼지가 그네 타는 비 내리는 밤, 환할 땐 주먹보다 큰 자물쇠가 문고리 잡고 밤이면 기름 묻은 손들이 문고리 잡는 주막 이름 춘삼이네 집. 궁둥이보다 더 큰 가슴 흔들며 맛깔스런 안주 볶다가 찡긋하며 손가락 침 묻히는 손님에게 미운지 좋은지 장부를 던지며 발 대 같은..
낙엽 낙엽 그대도 한 생명체였음을, 더불어 붉은 열정 담담히 내려놓고 본향 가는 길 미처 깨달ㅎ지 못하고 밟고 태우면서 매케한 그대 신음 듣지 못해 미안해. 바람이 보채면 날 세우고 난 (生) 터에 흙이 되려고 서투른 삶의 방식에 짓밟히는 운명. 고독에 울며 삶의 무게로 꺼억꺼억 울대 조..
11월 11월 계곡 마른 가지에 대롱거린 적막. 비틀거린 사슴 한 마리 바위틈 숨은 삿갓 샘 찾아 목 축이고 은빛 억새 사이로 사라지면, 산국(山菊) 종일 깔끄막 오르내리다 주저앉은 가을도 겨울도 아닌 달. 산다는 것은, 살점 뜯기워도 침묵하는 등신 아니, 나뭇가지 붙든 낙엽의 젖은 눈망울처..
11월 어느 오후에 11월 어느 오후에 11월 어느 오후에 곱상한 낙엽 하나 날아와 발가벗은 바위의 왼팔 베고, 심술 궂은 바람 등쌀에 피곤하다며 드렁드렁 잠을 잡니다. 바위는 바람이 찾아와 낙엽을 깨울까 봐 마른 침만 꺽꺽 삼키며, 무심히 방망이질하는 가슴을 탓합니다. 붉은 나비와 노랑나비가 날아 오..
까치밥 까치밥 무릎까지 바지 걷고 콩 타작하는 날 바람 속 시린 창공 천박한 세파 닿지 않게 꼭대기 살짝 숨은 까치밥 허리 굽은 어르신 끌끌 혀 차며 도리깨질 윙윙 드세지는데 눈치 없는 까치 궁둥방아 찧으며 까악깍 까악깍 숨 가뿐 밀회
가을, 어느 시간을 위하여 가을, 어느 시간을 위하여 그 손 놓지 마라 너만 흔들리고 젖는 것 아니다. 너와 난 고해(苦海)의 순례자 넘어져도 손 털고 일어나 다시 가는 것이다. 하늘도 조석(朝夕)으로 바람 일고 비 내리는데 하물며 우리야 우리야. 견딜 수 없어 빨갛게 누렇게 바스락 거리지만 살아있는 것은 날마..
바람 같은 영혼 바람 같은 영혼 어디서 왔냐고 묻지 않으리 나이도 묻지 않으리 다만 외로우면 부르게 이름만 다오. 가을이면 나는 하늘 흰 구름 겨울 봄 여름 알싸하게 부를 이름 하나 없어 가을이면 그 이름 찾으러 들, 강, 산을 떠돌다 국화꽃 머리에 찬 서리 내리면 무심히 돌아와 가을을 태워 나를 묻..
당신 주소도 모르면서 당신 주소도 모르면서 차마 눈 시린 가을 하늘을 몽땅 보낼 수 없어 마음에 담아 당신께 보내렵니다. 어제 산길 걸으며, 솔 향 좋아 당신인 듯하여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솔잎 지는 소리에도 목 다듬고 해 지는 길목에선 몸서리치는 까닭은 깊은 골 서리 내리면 나 혼절하여 당신 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