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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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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餘白) 여백(餘白) 바람은 속없이 창(窓)에 매달리고 빗물은 바람의 머리 감기느라 부산 떠는 날 받지 않아도 되었을 전화 받아 통풍(通風)의 퓨린처럼 마디마디 찌른다 관계란 6월 칡넝쿨과 등나무처럼 참으로 알 수 없다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같은 時空 머물 수 없어 적절히 타협하고 돌아서는..
욕심이리라. 욕심이리라. 노년에 조용한 농촌 뒤안 언덕에 대나무 우거져 바람에 댓잎 부대끼는 소리 듣고, 손바닥으로 햇빛 가리어 멀리 날아오는 남해 푸른 내음 마중하는. 욕심이리라. 고웁게 주름진 사랑하는 사람 손잡고 초록 파도 일렁이는 석양 들길 걸으며 실없는 농담 건네다가 옛일 추억하..
다산 초당 가는 길 다산 초당 가는 길 해무 사르르 해 가리울 적 백련사 동백 숲 지나 해월정(海月亭) 올라 강진만 바라보니 속없는 대나무 앞을 가리네 한 송이 동백꽃 가슴에 담아 꾸불꾸불 바람 없는 다산 길 적막(寂寞) 불러 이고 지고 다조(茶竈) 약천(藥泉) 기다리는 초당에 왜 가는지 자네는 아는가
여름 더위 여름 더위 어쩌면 가치와 이상도 없이 밤꽃 향기 진한 세상에 와 내재한 고통과 시련도 없는 듯 바람에 애걸치 않고 빗속에 울지 않으며 원죄에 담담히 두 손 모으고 툭 던져 버린 초개(草芥) 같은 삶. 여름 더위. 그것은 삶의 방향이며 방법이라 그 안에도 꽃 피고 향기 날리는데 우리는 ..
비 내리는 오후 비 내리는 오후 가슴이 누군가 그리워하는 비 내리는 오후에는 바다로 간다. 누군들 가슴에 소중한 인연 하나 없는 사람 있겠는가만, 인연도 선택이라 아프다. 이런 날, 고단한 삶 골마리 풀어 놓고 비 내리는 마을 주막 틉틉한 막걸리 마셔도 좋은데, 저만치 해당화 비 맞으며 바다로 간..
진갑(進甲)이 다가오니 진갑(進甲)이 다가오니 비 그치니 산천은 어릴 적 꿈처럼 싱그럽고 안개 가린 먼 산 걸어온 길처럼 아득하다 초록 파도 일렁이는 농로 걸으면 앞산 뻐꾸기 숨어 날 부르고 대밭 사이 밤꽃 날 닮아 반갑다 음력 오월 그믐 즈음 개울 건너 모 내는 소리에 어머니 새벽 미역국 끓여 놓으시고 ..
산 목련꽃 산 목련꽃 바람 잠든 깊은 골 흐르다 조는 물. 그 안에 발 담그고 수줍게 웃는 당신. 혼자 보는 당신이지만 남들도 나처럼 혼자 보고 갔을지. 하얀 고운 자태 은은한 그 향기 차마 내 애인을 닮아. 혼자 두면 내가 울까 조그만 우체통 하나 두어 그리워하지 못해 아픈 당신께 밤새 쓴 연서 ..
팔당호반의 장미 팔당호반의 장미 오월 끝날 하늘 구름 자울대다 강물에 빠진 오후. 다산(茶山) 여유당 들렀다가 팔당 호반 수월정(水月亭) 난간 앉아 젖은 땀 식히는데 그리운 정 좇지 못하여 돌담 기대 선홍빛 눈물 뚝뚝 흘리는 여인 보았습니다. 울지 마오 여인이여, 사랑은 매달리는 것이라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