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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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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벚꽃처럼 저 벚꽃처럼 3월은 상처 입은 눈물들이 꿈을 꾸는 달 너의 한 나의 설움 가슴 가득 담아 부대끼며 숨차게 재 넘어 고향 토담 아래 누워 두 손 하늘 향해 손뼉치며 영광 찬미 드리는 달. 너 없으면 나 없고 우리 없음에 그 상처 그 눈물 서로 닦아주며 웃고 울고 웃고 울고 모든 시름 잊고 살..
춘심(春心) 춘심(春心) 해 질 녘 문득 누군가 그리우면 처마 밑에 호롱불 밤새 밝혀 두고 베갯잇에 귀 대고 기다리다 잠든, 그리워한다는 일은 참으로 애틋한 일이다. 긴 겨울 동토 어딘가에서 얼어 죽지 않으려 발버둥 치다가 온갖 아양 떠는 햇살이 싫지 않으면서도 기다린 시간의 아픔에 홱 돌아서..
고향 하늘 고향 하늘 재석(帝釋)을 달군 아침 해 먼 열두 방천 지나느라 얼굴 벌겋고 산학재 보름달 밤새 걷는 내 발길 비추느라 얼굴 하얗게 질리었다. 그 하늘 아래 늘 푸른 한 그루 소나무 오늘도 누굴 기다린다.
그리움 -2 그리움 아직 여명이 닿기 전 저 시커먼 세상으로 떨어져 버리면 한 줌 먼지로도 남지 않을 터인데, 보고싶다. 나 혼자 무척 좋아했나보다. 탈 없이 소한, 대한 지났고 섣달 그믐 목덜미에 닿아 차가운데, 잠궈 버린 내 방을 두둘다가 돌아간 흔적 보며 담담히 그 앞에 서고 싶지만 그 후가 ..
그리움-1 그리움 영하 10도의 섣달 돌담 숭숭 뚫린 구멍으로 여자만에서 임진왜란 때 왜군의 공격처럼 열 두 방천 달려 온 추억이 뒤안 백발 대나무 허리 굽은 초가집 구들장 달궈진 아랫목 이불 속처럼 정겹다. 여자이기 때문도 사랑하기 때문도 아닌데 아니 감춰진 불륜도 꿈꾼 적 없고 어렸을 적..
동짓달 스무날 밤에 동짓달 스무날 밤에 눈이라도 내리면 내 기억 묻으련만 동짓달 스무날 밤, 누구 기다릴 이유 없고 올 사람도 없는데 어둠에 묻힌 겨울나무처럼 혼자 서성이다가 뜬금없이 하늘 별에 보고싶다고 토해버린 아픔. 젊은 날 낙타의 눈빛이 머문 아라비아 사막 어느 곳에서 독한 라크의 목넘김..
12월 만리포에서 12월 만리포에서 왔다 갔던 길 다시 와 우리가 숨었던 한적한 그곳에 앉아 비워진 널 안는다. 너와 함께할 땐 하늘 푸르듯 만리포 바다 푸르던데 오늘은 만리포 빨간 등대마저 검다. 하늘도 바다도 늘 푸른 줄 알았는데 내가 세상을 알 수 없듯 바다도 여러 얼굴을 가졌구나. 문득 생각나면..
설악(雪嶽)에서 설악(雪嶽)에서 진갑(進甲) 넘겨 설악 들어 백담사 수심교 건너, 사바의 옷 벗고 벗어 수렴동 옥수(玉水)에 냄새나는 몸 담그고 신새벽 오세암 영육(靈肉) 모아 108배 후 비틀비틀 깔딱재 올라 별 쏟아지는 봉정암 사리탑에 몇 날 며칠 밤낮으로 엎드려 내 안의 온갖 허물 벗고 태워 새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