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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그리움-1

 

 

 

 

그리움

 

 

영하 10도의

섣달

돌담

숭숭 뚫린 구멍으로

 

여자만에서

임진왜란 때 왜군의 공격처럼

열 두 방천 달려 온

추억이

 

뒤안

백발 대나무 허리 굽은

초가집

 

구들장 달궈진

아랫목

이불 속처럼 정겹다.

 

여자이기 때문도

사랑하기 때문도

아닌데

 

아니

감춰진 불륜도

 꿈꾼 적 없고

 

어렸을 적

살갑게

얘기 나눠 본 적도 없었는데,

 

언젠가

주모가 고향 친구였던 연신내 술집에 들렀다가

우연히 만난

은숙이가 보고잡다.

 

낯선

농담도

갖은 풍파 헤친 노련함으로

  

중년을 넘어

어느새

한 아이 외할머니.

 

섣달

하늘도 얼어 푸른 날

 

산다는 일은

혼자가 아닌

소통 

 

이따금

사타구니에서 익숙한 냄새가 나는

이순을 넘긴 나이에

 

문득

누군가

보고잡다는 것

 

여자만에서

낙안벌을 거쳐 

 

돌담

숭숭 뚫린 구멍 사이로

 

섣달

얼어

쪼그라진 초승달처럼

 

예뻤던

은숙이가

보고 잡다는 것

 

고향 

초가집

구들장 달궈진

아랫목

이불 속에 내리는 눈처럼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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