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영하 10도의
섣달
돌담
숭숭 뚫린 구멍으로
여자만에서
임진왜란 때 왜군의 공격처럼
열 두 방천 달려 온
추억이
뒤안
백발 대나무 허리 굽은
초가집
구들장 달궈진
아랫목
이불 속처럼 정겹다.
여자이기 때문도
사랑하기 때문도
아닌데
아니
감춰진 불륜도
꿈꾼 적 없고
어렸을 적
살갑게
얘기 나눠 본 적도 없었는데,
언젠가
주모가 고향 친구였던 연신내 술집에 들렀다가
우연히 만난
은숙이가 보고잡다.
낯선
농담도
갖은 풍파 헤친 노련함으로
중년을 넘어 어느새 한 아이 외할머니. 섣달 하늘도 얼어 푸른 날 산다는 일은 혼자가 아닌 소통 이따금 사타구니에서 익숙한 냄새가 나는 이순을 넘긴 나이에 문득 누군가 보고잡다는 것 먼 여자만에서 낙안벌을 거쳐 돌담
숭숭 뚫린 구멍 사이로
뜬
섣달
얼어
쪼그라진 초승달처럼
예뻤던
은숙이가
보고 잡다는 것
고향
초가집
구들장 달궈진
아랫목
이불 속에 내리는 눈처럼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