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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욕심이리라.

 

 

 

 

욕심이리라.

 

노년에

조용한 농촌 뒤안 언덕에

대나무 우거져

 

바람에 댓잎

부대끼는 소리

듣고,

 

손바닥으로 햇빛 가리어

멀리

날아오는 남해 푸른 내음

마중하는.

 

욕심이리라.

 

고웁게

주름진

사랑하는 사람 손잡고

 

초록 파도 일렁이는

석양 

들길 걸으며

 

실없는 농담 건네다가

옛일

추억하며

 

울컥

터지는 울음 참지 않고 목놓아 울을 수 있는

그런 곳.

 

욕심이리라.

 

부엉이

밤새

애타게 우는 겨울밤

 

내리는

가는 허리로 받치다 더 못 견디어

 

쫘~악 찢어지는

첫날밤

비명 듣는 것,

 

오월

밤나무

꽃향기에 놀라

 

불쑥불쑥 고개

쳐드는

죽순처럼,

 

소나기

한 줄금

우두두 내리는 날

 

처마

매달려

 

 푸른 하늘 삼키어 떨어지는

빗방울

바라보는,

 

가을은

말하지 않으리.

 

나이 드니

아,

그런 곳 살고 싶은 욕심이

 일어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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