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향기로운 꽃은 진다고 지는 것 아니듯, 사랑하면
지운다고
지워지는 것 아닙니다.
동지섣달
눈 따라
내 안에 와
가난한 가슴
척박한
한켠
실
뿌리
내려놓고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난
염천(炎天)
몹쓸
허상
찾다가
가슴
시커멓게 타 버렸는데,
이슬 내린
새벽
홀연히
내 앞에
선
그대.
굳이
사랑한다는 말
없어도,
반백
중년
시커먼 가슴
이슬로
씻고
씻는
이유는,
사랑하면
아파도
아프지 아니하고
잊어도
잊혀지지 않는
사랑은
神의
섭리(攝理)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