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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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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 탱자 달의 한쪽이 북극 뒤로 사라지고 가시 감춘 남은 달은 하얀 꽃의 고고함에 부끄러워했다. 동토에서 살아남아 푸른 젖꼭지 하나 잎새 뒤에 숨기고 몰락하는 달의 빈곤을 탓하지 않으며 만월처럼 노랗고 둥글게 영글어 갔다. 새벽 벌거벗은 알몸을 만지던 검은 손을 가시는 사정없이 ..
부치지 않은 편지 부치지 않은 편지 꽃처럼 살라 했습니다. 신 나고 재미있고 의연하게 살라 했습니다. 만 갈래 찢어지는 아픔 참으며 부처님 前 머리 숙이고 흔들리지 말며 죽을 힘 다해 견디라 했습니다. 당신은 말하지요. 노을 지면 그리움은 강이 되어 흐르고 잠 못 이룬 밤 사모(思慕)의 뿌리는 가슴을 ..
고엽(枯葉) 고엽(枯葉) 당신 옷 벗는 소리 들으리. 푸른 수은등 아래 수줍은 유희 당신 내음 맡으리. 발정 난 암 코양이 밤새운 환희 이별도 우리의 의지는 아니라고 무릎 꿇고 참아 온 울음 토해내리. 삼복 염천에도 고고하더니 찬 서리 무에 그리도 아파 한 줄기 바람에도 속절없이 허물어지는가. 두..
구절초 구절초 서산에 지는 해는 목마른 노을을 남기고 저만큼 머뭇거린 바람은 노을을 바다로 내려 앉혔다. 솔잎 앓으며 지는 애절함 솔잎 쌓여 흙이 되는 서러움. 누가 가을을 동무하여 왔는가? 차도르 곱게 내린 바위틈 구절초 찬 서리 내린 아픔 알 수 있을까만 정좌하여 두 손 모아 그리움 ..
욕망 욕망 아침 10시면 방문을 두드리는 여인이 있지. 지난 밤 나이트 클럽에서 흐드러지게 춤 추고 술 마시다 햇살 고운 아침 술 내음 풀풀 풍기며 짐승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냥꾼이 그물을 치듯 매일 커텐을 열어놓고 그녀가 비켜 갈 수 없도록 유혹 하였지. 발톱 감춘 암 코양이 마냥 잠 못 ..
비 내리는 동인천 비 내리는 동인천 비 내리는 동인천 어둠이 오면 휘황한 불빛 사이사이 잠 깬 긴 골목. 잔잔한 미소 맑은 이슬 또르르 잎새에 구르며 난초 같이 다소곳 기다리던 임. 낭만이 넘치는 삼치 골목 호주머니 가벼워도 취한 주전자. 자유공원 마른 잎 사랑을 남기고 뱃고동 몸부림치며 떠나는 항..
코스모스-1 코스모스-1 누굴 기다리느라 처연히 서서 먼 하늘 보십니까. 누가 온다 하기에 해 질 녘 둑길 붉은 가슴 감추우고 먼 산등성 보십니까. 삭풍이 울던 날 샘터 다리 위에서 얼어붙은 삼태성을 따 주머니에 감추니 새벽 닭이 울었습니다. 등 굽어 지팡이 의지하시고 백발 날리시며 아들의 금..
대나무 대나무 실바람에도 허리 흔들거리며 웃음을 살살 남정네 속 울렁이게 하는다. 고산(孤山)은 오우가(五友歌)에서 사철 푸르러 지조와 절개 곧다고 노래했지만 여인네 깊은 속 그가 어찌 알겠는가 이 방 저 방 깊이깊이 어느 남정네 몰래 들이려 칸칸이 잘도 막아 단절시켜 놓았을꼬. 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