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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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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비 되어 내게 오십니다. 당신은 비 되어 내게 오십니다. 당신이 내게 오십니다 창문 닫고 먼 그리움 앓고 있는 마음에 소리 없이 비 되어 오십니다. 정적에 묶인 어둠 뱃고동도 울다 지쳐 코골이 하는 밤. 바보, 사랑해야 할 때 사랑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미루기만 한 해후(邂逅). 외로움보다 마시는 술이 더 독하..
포구(浦口) 포구(浦口) 목선 한 척 외로움에 주저앉은 작은 포구. 그리움이 비릿내 나는 긴 수로(水路) 따라 속살 드러낸 둔부 같은 갯벌 위에 머뭇거린다. 석양은 놀라 얼굴 붉히고 물새 한 마리 졸며 해지는 줄 모른다. 목선 한 척 외로움에 주저앉은 작은 포구에.
상현(上弦)달 상현(上弦)달 유난히도 추운 立春 얼큰히 술 한 잔 마시고 양손 바지 주머니 찌르고 터벅터벅 귀갓길 뒤에서 누가 나를 부른다. 사방은 어두워 아무도 뵈지 않는데 서녘 상현(上弦)달이 손짓을 한다. 반가워 나도 두 손 들며 웃어주었다.
입춘 뒤 입춘 뒤 지난 새벽 입춘이 지났는데 눈이 내렸다. 대나무는 등 굽은 할머니 눈사람 소나무는 꿋꿋한 백발 할아버지. 아뿔싸, 마당쓰는 내 머리에는 언제 눈이 내렸던가.
제비 꽃-1 제비꽃-1 하늘 전설이 남긴 바위틈 애기 꽃 아빠 꽃 엄마 꽃 냄새 나는 세상 용케도 피해 바람불면 날아갈 새 해 지면 길 잃을 새 연약한 뿌리로 천 년 바위 뚫었구나. 햇살이 찾아들면 두 눈을 감고 미풍이 간지럼 태우면 호탕히 웃고 어둔 밤 비바람 천둥 번개 속에도 잘도 견디어 하늘 전..
잉태, 바램,비상 잉태 거추장스런 것 버리고 가는 두 손 들어 기도하는 나목의 떨리는 소리 듣습니다. 욕심 없이 싹을 터 험한 세파 견디어 옴팡진 과실 달리고 찬 바람에 스스로 나래 접는 아픔. 지천명, 지고 온 거친 삶과 남은 여정의 바램을 정리해야 하는데 동지섣달 아픔 같은 뜬금없는 바램 하나 가..
섣달그믐 밤 섣달그믐 밤 새벽 어머니 샘물 길으실 때 솜바지 저고리 벙거지 쓰고 코 훌쩍거리던 빡빡머리 아들. 바람이 언살을 꼬집고 가는 돌다리 서서 남녘 하늘 나란히 손잡고 반짝이는 별 세 개 가슴에 담았습니다. 이젠 어머니 팔순 넘어 지팡이 의지하시고 아들은 어느새 반백 중년 되었는데 ..
겨울 나비 겨울 나비 내 마음 눈 내리던 날 나비 한 마리 눈꽃 따라 날아와 얼어붙은 창문을 두드립니다. 날마다 욕망으로 허물어지는 영혼 어쩌자고 나의 창에 날아 왔을까. 파릇한 풀 향기 달콤한 꽃술 있는가 어둠 내리 전 남은 순수로 허영(虛榮)을 토해내 상처 난 날개 씻기어 목숨 건 마음 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