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詩 감상 (320) 썸네일형 리스트형 네 눈망울에서는 - 신석정 네 눈망울에서는 신석정 네 눈망울에서는 초록빛 오월 하이얀 찔레꽃 내음새가 난다 네 눈망울에서는 초롱초롱한 별들의 이야기가 있다 네 눈망울에서는 새벽을 알리는 아득한 종소리가 들린다. 네 눈망울에서는 머언 먼 뒷날 만나야 할 뜨거운 손들이 보인다. 네 눈망울에는 손잡고 이야기할 즐거운 나날이 오고 있다. 7월 - 오세영 7월 오세영 바다는 무녀(巫女) 휘말리는 치마폭 바다는 광녀(狂女) 산발(散髮)한 머리칼 바다는 처녀(處女) 푸르른 이마 바다는 희녀(戱女) 꿈꾸는 눈 7월이 오면 바다로 가고 싶어라 바다에 가서 미친 여인의 설레는 가슴에 안기고 싶어라 바다는 짐승 눈에 비친 푸른 그림자 산수국 - 허형만 산수국 허형만 흐벅지게 핀 산수국 오져서 차마 아주 떠나지는 못하고 가담가담 오시어 가만히 들여다보는 여우비 갈맷빛 이파리마다 조롱조롱 매달려 가슴 졸이는 물방울 나에게도 산수국처럼 탐스러웠던 시절 있었지 물방울처럼 매달렸던 사랑 있었지 오지고 오졌던 시절 한 삶이 아름다웠지 한 삶이 눈물겨웠지 자주도 아닌 한 달에 한 번 명시를 블로그에 소개하는데,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지난 1월 이후 거의 올리지 못했다. 삶의 여유가 없다는 것은 슬픔이며, 아픔이다. 여행길에서도 부지런히 돌아다녔는데, 돌아와 정작 사진 정리할 때는 그 자리에 서서 하늘 한번 바라보았으면, 가슴 열고 심호흡 한번 했으면 다르게 보였을 것을 하며 후회를 한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블로그 친구 집에게 마실 갔더니 허형만 시인의 산수국이 .. 봄비 - 조병화 봄비 /조병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온종일 책상에 앉아, 창 밖으로 멀리 비 내리는 바다만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노라면 문득, 거기 떠오르는 당신 생각 희미해져 가는 얼굴 그래, 그동안 안녕하셨나요 실로 먼 옛날 같기만 합니다 전설의 시대 같은 까마득한 먼 시간들 멀리 사라져 가기만 하는 시간들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 그 속에, 당신과 나, 두 점 날이 갈수록 작아져만 갑니다 이런 아픔, 저런 아픔 아픔 속에서도 거듭 아픔 만났다가 헤어진다는 거 이 세상에 왜, 왔는지? 큰 벌을 받고 있는 거지요 꿈이 있어도 꿈대로 살 수 없는 엇갈리는 이 이승 작은 행복이 있어도 오래 간직할 수 없는 무상한 이 이승의 세계 둥우리를 틀 수 없는 자리 실로 어디로 가는 건가 오늘따라 멍하니 창 밖으로 비 내리는 바다.. 겨울꽃 고드름 - 양광모 겨울꽃 고드름 양광모 거꾸로 매달려 키우는 저것이 꿈이건 사랑이건 한 번은 땅에 닿아보겠다는 뜨거운 몸짓인데 물도 뜻을 품으면 날이 선다는 것 때로는 추락이 비상이라는 것 누군가의 땅이 누군가에게는 하늘이라는 것 겨울에 태어나야 눈부신 생명도 있다는 것 거꾸로 피어나는 저것이 겨울꽃이라는 것 가난한 이름에게 - 김남조 가난한 이름에게 김남조 이 넓은 세상에서 한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 당신도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까 검은 벽의 검은 꽃 그림자 같은 어두운 향료 고독 때문에 노상 술을 마시는 고독한 남자들과 이가 시린 한겨울 밤 고독때문에 한껏 사랑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얼굴을 가리고 고독이 아쉬운 내가 돌아갑니다. 불신과 가난 그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때문에 어딘지를 서성이는 고독한 남자들과 허무와 이별 그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때문에 때로 골똘히 죽음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당신도 고독이 아쉬운채 돌아갑니까 인간이라는 가난한 이름에.. 상자속에 숨기고 싶은 그리움 -한용운 상자 속에 숨기고 싶은 그리움 한용운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어느 햇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안에서만 머물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람 같은 자유와 동심 같은 호기심을 빼앗고 싶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게만 그리움을 주고 내게만 꿈을 키우고 내 눈 속에만 담고픈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눈을 슬프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 마음을 작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만을 담기에도 벅찬 욕심 많은 내가 있습니다. 가을에 - 서정주 가을에 서정주 오게 아직도 오히려 사랑할 줄 아는 이 쫓겨나는 마당귀마다, 푸르고도 여린 문(門)들이 열릴 때는 지금일세 오게 저속(低俗)에 항거(抗拒)하기에 여울지는 자네 그 소슬한 시름의 주름살들을 그대로 데리고 기러기 앞서서 떠나가야 할 섧게도 빛나는 외로운 안행(雁行)- 이마와 가슴으로 걸어야 하는 가을 안행(雁行)이 비롯해야 할 때는 지금일세 작년에 피었던 우리 마지막 꽃- 국화(菊花)꽃이 있던 자리, 올해 또 새 것이 자넬 달래 일어나려고 백로(白露)는 상강(霜降)으로 우릴 내리 모네 오게 지금은 가다듬어진 구름 헤매고 뒹굴다가 가다듬어진 구름은 이제는 양귀비(楊貴妃)의 피비린내나는 사연으로는 우릴 가로막지 않고, 휘영청한 개벽(開闢)은 또 한번 뒷문(門)으로부터 우릴 다지려 아침마다 그 서리.. 이전 1 2 3 4 5 6 7 ··· 4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