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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詩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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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마중- 신지영 꽃의 마중/신지영 꽃은 걷지 못해 향기를 키웠지 먼 데 있는 벌더러 잘 찾아오라고 마음으로는 백 리라도 걸어 마중 가겠지만 발로는 걸어갈 수 없으니 향기로 마중 나갔지
비 가는 소리 - 유안진 비 가는 소리 유안진 비 가는 소리에 잠깼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의 음정 밤비에도 못다 씻긴 희뿌연 어둠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축 끌며 따라가는 소리 괜히 뒤돌아보는 실루엣 같은 뒷모습의 가고 없는 밤비 소리 이 밤이 새기 전에 돌아가야만..
12월의 독백 - 오광수 12월의 독백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
가을 노트 - 문정희 가을 노트 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
가을 하늘 아래 서면 - 강진규 가을 하늘 아래 서면 강진규 가을 하늘 아래 서면 화살처럼 꽂히는 햇살에 맞아 늘 아프고 부끄럽더라 얼마쯤 잊어버린 죄책감을 꺼내어 맑은 물에 새로이 헹궈 깃대 끝 제일 높이 매달고 싶더라 크신 분의 목소리가 내귀에 대고 괜찮다 괜찮다고 속삭일 때까지 밤새워 참회록을 쓰고 싶..
방문객 - 정현종
8월의 시 - 오세영 8월의 시 오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것 풀섶에 산나리,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
7월의 바다 - 황금찬 7월의 바다/황금찬 ​ 아침 바다엔 밤새 물새가 그려 놓고 간 발자국이 바다 이슬에 젖어 있다. 나는 그 발자국 소리를 밟으며 싸늘한 소라껍질을 주워 손바닥 위에 놓아 본다. 소라의 천 년 바다의 꿈이 호수처럼 고독하다. 돛을 달고, 두세 척 만선의 꿈이 떠 있을 바다는 뱃머리를 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