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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詩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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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송(梅花頌)/조지훈 매화송(梅花頌) 조지훈 매화꽃 다 진 밤에 호젓이 달이 밝다 구부러진 가지 하나 영창에 비취나니 아리따운 사람을 멀리 보내고 빈 방에 내 홀로 눈을 감아라 비단옷 감기듯이 사늘한 바람결에 떠도는 맑은 향기 암암한 옛 양자라 아리따운 사람이 다시 오는 듯 보내고 그리는 정도 싫지 않다 하더라 ..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는 三月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數千 數萬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
裸木의 시/김남조 裸木의 시 / 김남조 잊어버리리 간절히 두 손으로 받아 보던 흰 눈도 잊었네 정은 제멋대로 박하고 사람은 제멋대로 아쉽고 인생은 아무 때나 찝질하고 골똘한 미각(味覺) 잊어버리리 불행한 이가 남기고 간 말도 그 미소도 잊으리 잎새를 떨어뜨리며 서 있는 나무 저 허허로운 낭만의 둘레 성스러운 ..
12월의 시 / 강은교 12월의 시 강은교 잔별 서넛 데리고 누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처마끝마다 매달린 천근의 어둠을 보라 어둠이 길을 무너뜨린다 길가에 쓰러져 있는 일년의 그림자도 지워버리고 그림자 슬피 우는 마을마저 덮어 버린다 거기엔 아직 어린 새벽이 있으리라 어둠의 딸인 새벽과 그것의 젊은 어머니인 아..
단풍/피천득 단풍/피천득단풍이 지오 단풍이 지오 핏빛 저 산을 보고 살으렸더니 석양에 불붙는 나뭇잎같이 살으렸더니 단풍이 지오 단풍이 지오 바람에 불려서 떨어지오 흐르는 물 위에 떨어지오
그래도 사랑하라/마더 테레사 그래도 사랑하라 사람들은 불합리하고 비논리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그래도 사랑하라. 당신이 선한 일을 하면 이기적인 동기에서 하는 것이라고 비난받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은 일을 하라. 당신이 성실하면 거짓된 친구들과 참된 적을 만날 것이다. 그래도 사랑하라. 당신이 정직하고 솔직하면 ..
낙화(落花) /이형기 낙화(落花)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
뼈아픈 후회/황지우 뼈아픈 후회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 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 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