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詩 감상 (320) 썸네일형 리스트형 6월의 시 / 김남조 6월의 시 / 김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나비와 광장/김규동 나비와 광장 / 김규동 현기증 나는 활주로의 최후의 절정에서 흰나비는 돌진의 방향을 잊어 버리고 피 묻은 육체의 파편들을 굽어본다. 기계처럼 작열한 작은 심장을 축일 한 모금 샘물도 없는 허망한 광장에서 어린 나비의 안막을 차단하는 건 투명한 광선의 바다뿐이었기에 진공의 해안에서처럼 과.. 4월의 노래/박목월 4월의 노래 박목월(1916∼78)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 그대 뒤에 서면 / 황동규 그대 뒤에 서면 / 황동규 그대 뒤에 서면 흐린 들판 들여다보고 있는 그대 뒤에 서면 같이 걷다 걸음 멈춘 그대 뒤에 서면 모든 것이 새벽 꿈으로 환해진다 석등 뒤에 늦춰 서서 머리 나직이 숙인 또 하나의 석등. 그대 걸음 옮겨 돌다리를 건너면 봄에 새로 깨어나는 시냇물의 아라한들이 저절로 소리.. 너 없음으로/오세영 너 없음으로 오세영 너 없음으로 나 있음이 아니어라. 너로 하여 이 세상 밝아오듯 너로 하여 이 세상 차오르듯 홀로 있음은 이미 있음이 아니어라. 이승의 강변 바람도 많고 풀꽃은 어우러져 피었더라만 흐르는 것 어이 바람과 꽃뿐이랴, 흘러 흘러 남는 것은 그리움. 아, 살아 있음의 이 막막함이여. .. 대설주의보/최승호 대설주의보 최승호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 연탄 한 장/안도현 연탄 한 장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 완행열차/허영자 완행열차 허영자(1938~)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 4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