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詩 감상 (320) 썸네일형 리스트형 겨울항구에서/황동규 겨울 항구(港口)에서 - 황동규 황홀하더라, 눈비 내려 동백꽃 헛 핀 앞섬도 다섯 낮 다섯 밤을 방황한 하숙집의 무적(霧笛)도 하루종일 밀고 밀어 밤마다 조금씩 새는 헛된 꿈 장지 하나 사이하고 하숙집 아주머니의 잠꼬대 “이젠 정말 아무 뜻도 없십니더” 그네가 조심히 어시장(魚市場.. 11월이 가는 갈밭 길에서/김동규 11월이 가는 갈밭 길에서 김동규 처음에는 문득, 바람인 줄 알았다 창부娼婦의 매소賣笑같은 까칠한 소리로 살과 살을 비벼대다 드러눕던 몸짓, 바람 가는 길목을 지키고 섰다가 혼절하는 몸서리로 제 허리를 꺾어, 속 대를 쥐어 틀어 물기를 말리고 타오르는 들불의 꿈을 꾸며 잠이 든 늙은 갈대의 가.. 11월의나무/ 황지우 11월의 나무 황지우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 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 이 생이 마구 가렵다 주민등록번호란을 쓰다가 고개를 든 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 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 일정 시대 관공서 건물 옆에서 이승 쪽으로 測光을 강하게 때리고 있다 .. 원시(遠視)/오세영 원시(遠視) -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 10월/황동규 10월 글 / 황동규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 하리 두견이 우는 숲 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목금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며칠내 바람이 .. 거미/김수영 거미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 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 버렸다. 꽃잎 1/김수영 꽃잎 1 /김수영 누구한테 머리를 숙일까 사람이 아닌 평범한 것에 많이는 아니고 조금 벼를 터는 마당에서 바람도 안 부는데 옥수수잎이 흔들리듯 그렇게 조금 바람의 고개는 자기가 일어서는 줄 모르고 자기가 가 닿는 언덕을 모르고 거룩한 산에 가 닿기 전에는 즐거움을 모르고 조금 안 즐거움이 꽃..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조병화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조병화 너의 집은 하늘에 있고 나의 집은 풀 밑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너는 먼 별 창 안에 밤을 재우고 나는 풀벌레 곁에 밤을 빌린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잔다 너의 날은 내일에 있고 나의 날은 어제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세월이다 문 닫은 먼 자리,..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4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