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항구(港口)에서 - 황동규
황홀하더라, 눈비 내려
동백꽃 헛 핀 앞섬도
다섯 낮 다섯 밤을 방황한
하숙집의 무적(霧笛)도
하루종일 밀고 밀어
밤마다 조금씩 새는 헛된 꿈
장지 하나 사이하고 하숙집 아주머니의 잠꼬대
“이젠 정말 아무 뜻도 없십니더”
그네가 조심히 어시장(魚市場)에 가는 새벽녘의 행복
방파제에 걸린 새벽 달빛
물 위에 오래 뛰어 오르는 순색(純色) 고기들
소규모의 일출(日出)
갯벌 폐선(廢船) 위에 걸터앉아 보는
수리(修理) 안된 침묵(沈默), 사이사이의 수심가(愁心歌)
“결사적인 행복이 없는 즐거움을”
저녁이면 혼자 마주 보노니
바다 위에 떠 있는
아름답고 헛된 구름 기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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