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나무
황지우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 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 이 생이 마구 가렵다
주민등록번호란을 쓰다가 고개를 든 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
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 일정 시대 관공서 건물 옆에서
이승 쪽으로 測光을 강하게 때리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 그림자 위에 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 있다
나이를 생각하면
병원을 나와서도 病名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렇게 자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는 등뒤에서 누군가,
더 늦기 전에
준비하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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